'내리막' 달리던 자전거업계…코로나 딛고 '오르막'

by김호준 기자
2020.06.09 18:07:25

적자 행진으로 부진한 자전거업계, 코로나19 이후 반등
삼천리자전거, 전기자전거 판매 전년比 34% 증가
알톤스포츠, 신형 전동스쿠터 '완판'
"일부 매장선 품귀 현상까지…수요 계속 늘어날 듯"

삼천리자전거가 출시한 2020년형 전기자전거 ‘팬텀Q’. (사진=삼천리자전거)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 모(35)씨는 최근 출·퇴근용 자전거 구매를 위해 인근 매장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매장 직원으로부터 “인기 모델이라 제품을 받으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변에서 자전거를 많이 산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제품이 없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수년째 적자 행진으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린 자전거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딛고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언택트’(비대면) 흐름에 따라 자전거나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가 대중교통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면서 주가 역시 고공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9일 자전거 업계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024950)는 지난 1~4월 전기자전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소비 흐름이 영향을 긍정적인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판매 호조는 전기자전거 제품군을 꾸준히 늘리고 성능 개량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출시한 전기자전거 ‘팬텀Q’는 기존 제품 대비 배터리 용량을 늘려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도보 지원 기능과 측면 발광다이오드(LED) 탑재 등 편의성도 강화해 레저용뿐만 아니라 출·퇴근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삼천리자전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1인용 이동수단 및 ‘언택트’ 운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안전성과 편의성을 기본으로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맞춘 전기자전거 제품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알톤스포츠(123750) 역시 최근 출시한 전동스쿠터 ‘이코어 S8 FS’ 초도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이코어 S8 FS는 기존 제품 ‘이코어 S8’보다 2인치 더 큰 14인치 바퀴를 적용,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더했다. 앞바퀴와 뒷바퀴 양쪽 모두 서스펜션을 추가해 보다 승차감과 주행감도 개선했다. 내장형 배터리를 적용한 기존 제품과 달리 탈착식 배터리를 사용해 충전도 쉽도록 했다.



알톤스포츠는 이코어 S8 시리즈 판매 호조에 힘입어 ‘플로트 FD’, ‘플로트 제타’, ‘스쿠치’ 등 다양한 전동스쿠터 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있다. 특히 ‘플로트 FD’는 10인치 바퀴를 장착한 접이식 전동스쿠터로, 한 번 충전에 최대 40km까지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출·퇴근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알톤스포츠 관계자는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전동스쿠터는 작은 크기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는 소비자 또한 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자전거 판매점 매출은 전년 1분기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한 2월과 3월에는 판매량이 전년보다 각각 36%, 69%나 뛰어올랐다.

판매 호조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는 올 1분기 각각 15억원, 2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주가 역시 삼천리자전거는 올 1월부터 지난 8일까지 109% 올랐고, 알톤스포츠는 121% 증가했다.

자전거 ‘열풍’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내 자전거 도매상들이 확보한 저가 자전거 물량이 모두 동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일부 자전거 판매점에서도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자전거는 주로 중국에서 생산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올 초 중국 내 자전거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자전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매장에서는 인기 자전거 제품을 받으려면 두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며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 친환경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가격은 낮추고 기능은 강화한 신제품을 지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알톤스포츠 전동스쿠터 ‘플로트FD’. (사진=알톤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