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EF2014]'女의 탈을 쓴 男'..홍석천 "당당함, 관계의 시작이었다"
by강민정 기자
2014.10.30 17:47:33
| 방송인 홍석천이 30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FIC홀에서 열린 ‘제 3회 세계여성경제포럼(WWEF 2014)’에서 ‘적과도 동침- 매이지 말고 품어라’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김정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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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민정 기자] “난 여자 마음 읽기에 최적화된 사람이다.”
방송인 홍석천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이데일리·이데일리TV 주최로 열린 ‘세계여성경제포럼(WWEF)2014’에 연사로 참석했다. ‘적과의 동침, 매이지 말고 품어라’는 주제로 무대에 선 홍석천은 여성 관중의 뜨거운 박수 속에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홍석천은 동성연애자임을 세상에 알린 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이 매서울수록 목소리를 높였고 적극적으로 대중 앞에 섰다. 수십 차례 트렌드가 바뀌고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홍석천의 노력은 빛을 봤다. 지난해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로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했고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의 고정 게스트를 비롯해 각종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적과의 동침’이자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주인공으로 매이지 말고 품어야 하는 관계의 중요성을 아는 연사인 셈이다.
홍석천은 “2000년도에 커밍 아웃 후 잘 나가던 연예인에서 하나의 동성애자로 추락한 삶을 3년 동안 살았다. 재기하려고 발버둥쳐왔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방송도, 음식 사업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힘들었다. 커밍아웃 후에 인터넷을 하기 시작했는데 엄청난 비난이 쏟아져있었다. 망가져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그들이 원하는 추락하는 홍석천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손을 털고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무작정 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엔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자기 스스로의 당당함을 찾아가면서 대중 앞에 내가 먼저 다가서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 방법은 ‘사업’이었다. 방송에서 불러주지 않았으니 직접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셈이다.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레스토랑 오픈을 결심했다”는 홍석천은 12년 동안 그 길을 닦았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에 ‘홍석천 가게’는 곧 9개가 된다. 중국, 태국 등 국적도 다양한 음식들, 술과 디저트 등 종류도 가지각색인 메뉴가 여성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홍석천은 “이태원에 오면 내 가게가 좀 많다. 아홉번째 가게가 곧 오픈한다. 내 음식점은 모두 ‘마이(My)’라는 말을 붙인다. 여성분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로 만들어보자는 뜻이었다. 나의 비즈니스 성공법은 여성 공략이다. 여성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올해 여성포럼은 전(前) 프로골퍼 아니카 소렌스탐의 발제를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조주희 ABC 뉴스지국장, 손미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인과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철학가 강신주의 대담 등을 통해 ‘여성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수 손승연과 윤건이 ‘다른 여자, 다른 남자, 음악으로 말을 걸다’라는 타이틀의 토크콘서트로 무대를 채웠다.
이밖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 송경애 SM C&C 사장,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 나영석 CJ E&M PD, 정유선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 방송인 홍석천, 손지애 전(前) 아리랑국제방송 사장이 포럼에 참석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