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라도 돈 마련”…대출 거절당한 20대 42%의 절박함
by최정훈 기자
2026.09.29 14:18:33
20대 불법사금융 이용 목적 40.5%가 생활비…29.1%는 빚 돌려막기
서민금융연구원 “고위험 투자 손실까지 겹쳐…청년 특화 채무조정 필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대출을 거절당한 20대 저신용자 10명 중 4명은 불법적인 방법으로라도 돈을 마련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와 기존 대출 상환을 위해 사금융에 의존하는 청년층이 적지 않은 가운데 고위험 투자 손실까지 겹치면서 취약차주를 위한 채무조정과 자립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2026 저신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에 따르면 대출 거절을 경험한 20대 응답자의 41.7%가 ‘부정한 방법이라도 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20대 대부업 이용자 가운데 등록대부업체와 불법사금융을 동시에 이용하는 비율도 8.9%로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청년들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청년층의 차입 목적도 생계와 밀접했다. 연구원 조사에서 20대의 불법사금융 이용 목적 가운데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 마련이 40.5%를 차지했다. 신용카드 대금 등을 갚기 위한 기존 부채 상환 목적도 29.1%에 달했다.
불법사금융을 접하는 경로로는 소셜미디어(SNS)와 광고, 전화, 문자 등이 지목됐다. 20대의 불법사금융 이용 경로 중 이들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1.4%였다. 연구원은 온라인을 통해 불법 대출 광고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 청년층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투자에 따른 손실도 청년층의 채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연구원은 최근 언론 보도를 인용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실패로 파산에 이른 사람 가운데 청년층 비중이 62%에 달한다고 밝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주가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해당 통계의 구체적인 집계 대상과 기간은 이번 자료에 제시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청년들이 고위험 투자에서 손실을 입은 뒤 이를 만회하거나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추가 차입에 나설 경우 채무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채 문제는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사금융 이용자 가운데 66.7%가 가족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연구원은 가족 간 불신 증가와 부부 갈등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에 연구원은 청년층의 채무 문제를 단순한 대출 공급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기존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에게 추가 자금을 공급하는 데 그치면 연체와 재차입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신속 채무조정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불법사금융 피해나 고위험 투자 실패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실제 상환 능력을 심사하고 이자 감면과 원금 조정 등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채무조정 이후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상담뿐 아니라 심리 상담과 취업 지원을 연계해 대출 거절이나 투자 실패 이후 불법사금융으로 다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불법 금융광고에 대한 관리 강화도 주문했다.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SNS 등을 통한 불법사금융 광고를 차단하고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와 금융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청년층의 부채 실태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실질적인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일회성 금융지원을 넘어 채무조정과 경제적 자립을 함께 지원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