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건전성 악화일로 율촌화학, 베트남 법인 정리 나설까
by이건엄 기자
2025.01.08 20:03:23
베트남 법인 적자 지속…율촌화학 지원 제한적
율촌화학, 현금창출력 둔화에 재무건전성 악화
신사업 ‘이차전지’ 사실상 물거품에 전망 흐림
판지 등 비주력 사업 정리…리밸런싱 관측 무게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율촌화학(008730)이 동남아시아 및 중국 필름 시장 전략 수정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동남아 및 중국 공략 거점으로 세운 베트남 법인이 지속된 적자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강도 경영효율화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율촌화학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지원 여력이 저하됐다는 점에서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율촌화학 베트남법인(YOULCHON VINA COMPANY LIMITED)은 지난해 최종 적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손실 규모를 키워왔던 만큼 반등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율촌화학 베트남법인은 지난해 3분기 누계기준 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전체 손실 규모인 3억원을 2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베트남 현지 필름시장의 공급과잉 및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등으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둔화됐다는 설명이다.
율촌화학 베트남 법인은 지난 2008년 동남아와 중국 필름시장 개척을 위해 설립했다. 주력 제품은 라면 등 식품 포장재에 사용되는 BOPP필름으로 지난 2023년부터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의 적자는 율촌화학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베트남 법인의 손실이 크지 않지만 율촌화학 역시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율촌화학은 현금창출력 저하와 신규 투자에 따른 차입금 확대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율촌화학의 지난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마이너스(-) 90억원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EBITDA가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인 점을 고려하면 현금을 전혀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차입금 부담도 심화하고 있다. 율촌화학의 지난해 3분기 차입금의존도는 37.3%로 전년 말 36.4% 대비 0.9%p 상승했다. 이는 신용평가업계에서 적정 수준으로 보는 3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순차입금비율도 73.9%로 같은 기간 65.3% 대비 8.6%p 상승했다. 통상 기업의 적정 순차입금 비율은 20% 이하로 판단한다.
여기에 미래 먹거리로 투자한 이차전지 사업이 사실상 물거품이 되면서 전망도 밝지 않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는 지난해 7월 율촌화학과 맺은 1조4872억원 규모의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용 알루미늄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율촌화학이 해당 물량 소화를 위해 83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단행한 점을 고려하면 손실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율촌화학이 베트남 법인을 비롯한 사업 전반에 대해 리밸런싱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은 농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율촌화학의 베트남 법인에 대한 지원 여력이 제한적인데다 재무구조 개선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미 율촌화학은 판지 사업 등 비주력 사업에 대한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3년 율촌화학은 태림포장에 판지사업부문을 430억원에 매각했다. 태림포장에 판지 사업을 양도하고 받은 430억원은 율촌화학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됐다.
이와 관련 율촌화학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의 정리는 회사 차원에서 전혀 고려한 바 없다”며 “2025년 흑자전환을 위한 사업운영계획을 수립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인해 대형 공급계약이 해지된 것은 사실이나 LG에너지솔루션 등과의 거래는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현재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수행 중이고 회사의 주력 신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에는 변함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율촌화학이 농심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인식한 매출은 지난해 3분기 1471억원으로 전체 매출(3406억원) 중 41.6%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