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만 남았다"…산은, 대한항공·아시아나 '3.5조 회수' 청신호
by송주오 기자
2024.02.15 19:01:11
[금융포커스]
산은, 아시아나·대한항공에 총 4.4조 투입
아시아나 지난해 약 1조 상환…미수금 3.5조
합병 과정서 아시아나 지원금 회수할 듯
대한항공 투입된 자금, 경영권과 직결돼 난제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이 성사 눈앞에 있다. 애초 예상보다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무산 우려도 나왔지만, 주요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이에 산업은행이 항공 빅딜을 위해 양사에 지원한 자금 중 3조 5000억원의 가량의 미수금 회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 자금은 총 4조 400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에 3조 6000억원, 대한항공에 8000억원이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단기차입금 2조 5000억원 중 7000억원과 만기를 앞둔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원을 상환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미수금은 2조 6600억원이다.
항공 빅딜은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산업은행이 투자자 대한항공을 물색해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식과 교환사채 등을 매입하는 데 8000억원을 투입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대금의 700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으며 3000억원어치 아시아나 영구채도 보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확충된 자본을 바탕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지원금을 상환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합병 승인이 예상보다 지체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14개 국가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의 심사가 길어졌다. 다만 새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이 지난달 합병을 승인한 데 이어 EU도 최근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화물 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여객 부문에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4개 중복 노선을 이관받아 실제 운항을 개시하는 것이 조건이다. 시장에서는 합병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의 합병 승인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EU와 미국의 지적 사항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임박하면서 산업은행의 미수금 회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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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한항공에 투입된 자금의 회수 방법이다.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6%를 보유하고 있으며, 교환사채를 행사하면 대한항공 지분 약 3%를 확보할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 지분 5.78%를 통해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조 회장 지분의 2배가량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한 번에 매각하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조 회장은 2020년 그의 누나인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항공 빅딜로 이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미수금 회수도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대한항공에 지원된 자금은 경영권과도 연결된 문제기 때문에 시점과 방식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