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이재명도”…여권, ‘尹 적폐청산’ 전방위 총공세(종합)

by박기주 기자
2022.02.10 16:51:15

文 "강력한 분노, 사과 요구"
李 "대선 후보가 정치보복 공언"
"''친문반명'' 결집 가능성", "정권심판 구도 형성될 수도"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공세에 이어 이재명 후보도 비판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도 “검찰 쿠데타”라며 일제히 참전했다.

여권에서는 이번 논란을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이른바 ‘친문반명’의 결집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해 공세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다만 이러한 대결 구도가 양 진영에 어떤 유불리로 작용할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는)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며 강하게 분노를 표시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는 전날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한 반발이다. 윤 후보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거냐’는 질문에 “할 거다. 그러나 대통령은 관여 안 한다”며 “현 정부 초기 때 수사 한 건 헌법 원칙에 따라서 한 거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와 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그건 보복인가. 다 시스템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7대 통신사 합동 서면인터뷰를 통해서도 이를 의식한 듯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도 윤 후보 발언에 대한 비판에 합세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한국노총 정책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후보가 정치보복을 사실상 공언하는 건 본 일이 없다. (윤 후보가) 보복이 아니라 통합의 길로 가길 진심으로 권유드린다”며 “보복 또는 증오, 갈등, 분열이 우리 사회를 정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고민정·김의겸·최강욱 의원 등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주의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 안되는지를 명징하게 확인하는 위험천만한 사고방식의 표출이다. 일종의 ‘검찰 쿠데타’를 선동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정치보복이 난무하는 세상, 없는 죄도 만드는 검찰 공화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막을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오는 3월 9일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다. 검찰 쿠데타로부터 대한민국과 대통령을 지키고자 한다”며 ‘문재인 지키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도 모든 의원이 “윤 후보의 망국적 보복정치, 분열의 정치를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집권하면 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를 하겠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여당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 후보가 현재 문 대통령 지지층의 지지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해당 유권자 표심 끌어안기를 첫 목표로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의 발언이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게 민주당 선대위의 판단이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전날 “이낙연 전 대표의 합류와 함께 윤 후보의 정치보복 발언은 지금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NBS 여론조사(2월 7~9일 조사)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43%를 기록했지만, 이 후보 지지율은 35%에 그쳤다. 즉 ‘친문반명’ 비율이 8% 포인트 수준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이 후보 지지율의 한계는 문 대통령 지지율보고 낮고, 이는 정권교체 여론에 편승한 것이 전략적 오류였기 때문”이라며 “윤 후보 발언으로 문 대통령 지지층이 결집하면 대선 구도에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같은 여당의 공세가 오히려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진단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후보의 발언과 문 대통령의 대응 등으로 정권심판 구도가 만들어 질 수도 있다”며 “정권심판 구도가 확실해 지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