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신종플루의 기억…코로나19와 싸워야할 올해 수능
by신하영 기자
2020.08.05 17:00:53
교육부 대입관리방안, 수능 날 발열학생·격리자 ‘분리 시험’
신종플루 유행한 2009년에도 확진환자·의심환자 따로 응시
수능 직전 학교감염 차단 위해 고3수업, 원격으로 전환 예정
교육부, 난도 조정론 일축…올해도 ‘불 수능’ 기조 유지할 듯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올해 수험생들은 12월3일 치러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코로나19와도 싸워야 합니다. 책상에는 칸막이가 설치되고 시험 중에도 마스크를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시험문제와 씨름하는 한편 정부가 내놓은 방역 가이드라인도 지켜야하기에 어느 때보다 힘든 시험이 예상됩니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6월 주관한 수능 모의평가를 치르는 학생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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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지역감염이 10명대로 떨어졌지만 간간히 소규모 감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올 초 개학연기 여파로 12월3일에 수능이 치러지기에 수험생들은 감기나 독감도 조심해야 합니다.
시험 당일에는 2차례에 걸쳐 발열검사를 진행하는데 열이 날 경우 별도 시험실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도 문제지만 발열·감기 증상으로 `나도 혹시 감염됐을까` 하는 걱정을 갖고 시험을 봐야할 지도 모릅니다. 감염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더라도 마스크를 쓴 채 기침을 하게 되면 시험 보는데 여러모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수험생들에게는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됩니다.
교육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21학년도 대입 관리 방안은 기시감이 들 정도로 낯설지 않습니다. 국내에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가 유행했던 지난 2009년에도 교육부는 분리 시험을 골자로 하는 신종플루 확산 대비 수능대책을 내놨었습니다.
수능 시험장마다 관련 증상이 있는 수험생을 위해 별도 시험실 2개 이상을 설치하고 분리 시험실은 확진환자용과 의심환자용으로 구분한 것이 골자입니다. 수험생 간 거리를 1~2미터 이상 유지토록 한 것도 지금의 코로나19 상황과 비슷합니다. 특히 학교 앞 후배들의 응원전까지 금지됐었습니다. 신종플루도 주된 전염 경로가 비말이었기 때문이지요.
당시에도 신종플루가 창궐하는 가운데 치러지는 수능시험에 대한 우려가 컸었습니다. 당시 수능 직전 교육당국이 집계했던 신종플루 감염 학생 수는 1523명이었는데, 수능 당일 신종플루 의심 증상을 보인 학생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총 2717명의 수험생들이 분리 시험실에서 시험을 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국의 방역대책이 성공적이었는지 현장 시험에서 감염된 학생이 늘어났다는 수치는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신종플루보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이 더 강하기에 교육부는 이번에 지난 2009년보다 한층 강화된 대책을 내놨습니다. 수험생들을 △일반수험생 △자가격리자 △확진자로 구분하고 보건당국에 의한 자가격리자는 아예 다른 학교(시험장)에서 응시토록 한 점이 다릅니다. 같은 시험장에 환자용과 의심환자용 시험실을 같이 운영했던 신종플루 때보다 강도 높은 조치입니다.
사실 교육부가 이번 계획을 낼 때 수능방역대책을 어떻게 세울 지 교육계 관심이 컸습니다. 수능은 전국 50만 명에 달하는 수험생이 동시에 치르기에 집단감염에 취약해서입니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시험실 입실인원을 10명대로 줄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원래는 시험실 당 28명이 입실하지만 워낙 코로나 전파력이 강하기에 최소 20명 미만으로 관리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었습니다.
만약 시험실 당 응시인원을 20명 미만, 10명대로 낮춘다면 시험장·시험실의 대폭 확충이 불가피합니다. 2020학년도 수능 때는 전국 1185개 시험장, 2만1000개 시험실에서 수능이 치러졌습니다. 만약 시험실 당 입실인원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2배에 달하는 시험장과 시험실이 필요합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시험실 당 입실인원을 28명에서 24명으로 줄이면 전국적으로 시험실이 17% 늘어나고 감독관도 그만큼 확충해야 한다”며 “입실인원을 더 줄이면 좋겠지만 관리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기에 더 이상 줄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만 수능 응시생이 작년보다 더 줄어들 경우 입실인원을 24명 미만으로 낮추는 것은 가능합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 응시생 48만명을 기준으로 이번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아직 수능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되기 전이라 비교적 정확한 응시인원을 산출하기 어려워서입니다. 다음달 18일 원서접수 마감 이후에는 정확한 지원자 규모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수능 원서접수가 끝난 뒤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세부적인 수능 방역지침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통상 수능 결시율은 10% 안팎이기에 실제 응시생 수는 지원자에 비해 감소합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지난해 치러진 2020학년도 수능에선 사상 처음으로 응시생 규모가 50만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올해 대학 신입생 중 이번 수능에 응시하는 ‘반수(半修)생’ 규모가 과연 얼마나 될 지가 관건입니다. 올해 고3 학생들의 경우 개학연기에 온라인수업으로 학습공백이 커졌고 재수생 사이에선 ‘하늘이 준 기회’란 얘기가 나옵니다. 최근 입시업체 유웨이가 대학생 7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343명(46.5%)이 ‘2021학년도 대입에서 반수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수능 직전에 학교 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상황도 최악입니다. 예컨대 한 학교에서 1~2명의 학생이 수능을 앞두고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접촉한 학생들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을 경우 일반수험생과 분리된 학교에서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혹시 환진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시험을 보는 것도 부담입니다. 교육부도 수능 직전의 학교 감염을 막기 위해 시험 3~4일 전이나 일주일 전에는 고3 수업을 모두 원격을 전환할 예정입니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요구한 수능시험 난도 조절은 어려워 보입니다. 올해 고3 학생이 졸업생에 비해 불리하기에 수능시험을 쉽게 내자는 취지인데 교육부는 이를 일축했습니다. 문제를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재학생에게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사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을 쉽게 출제해 ‘물수능’이란 비판을 받기보다 ‘불수능’ 소리를 듣더라도 문제를 어렵게 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수험생·학부모·입시전문가로부터 “변별력이 붕괴됐다”는 비판을 듣기 싫어서죠. 더욱이 지금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보다는 수능을 확대하고 있어 변별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어·수학·영어 최근 몇년간 불수능을 유지했고 올해도 이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도 12월3일 치러질 수능에 응시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위해 병원이나 별도로 시험장이 마련될 예정이다.(그래픽=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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