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5%대 확대…조원태 '경영권 안정화'

by이소현 기자
2019.08.01 17:40:18

델타항공 "단순한 장내 매수..경영 참가 목적 없어"
지난 6월 한진칼 지분 10%까지 확대 계획 밝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설립..동맹관계 결속 강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조인트벤처 조인식(사진=대한항공)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 지분을 5.13%까지 확대하면서 대한항공(003490)과 동맹체제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델타항공은 “단순한 투자”라고 밝혔지만,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경영권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델타항공이 ‘백기사’가 되는 모양새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칼은 미국 델타항공이 자사 지분 5.13%를 보유하고 있다고 1일 공시했다. 주식 수로는 303만8000주다.

앞서 6월 말 델타항공은 “조인트벤처 파트너인 대한항공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며 “규제 승인이 이뤄지면 보유지분율을 1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한진그룹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델타항공은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5.13%까지 지분율을 높인 것이다. 델타항공 측은 “지분 보유는 단순한 장내 매수에 따른 것으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영참가 목적이 없다는 확인서를 함께 제출했다.



한진그룹 측은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산다고 한 뒤 지분율이 5% 넘어서면서 공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업계는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늘려 한진그룹 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한진가(家)의 한진칼 지분은 고 조 전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총 28.93%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최근 한진칼 지분율을 15.98%까지 늘렸다.

이 때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3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KCGI에 그룹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5.13%까지 확대하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특히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높이면 우호지분율은 38.93%에 달해 KCGI의 지분율을 2배 넘게 웃돌게 된다.

한편,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2000년 출범한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엔 양사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조인트벤처의 결실로 대한항공은 18년 만에 인천~보스턴 노선에 재취항했으며, 델타항공은 인천~미니애폴리스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이로써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인천∼미국 13개 도시로 주간 130여편 항공편을 제공하게 됐으며, 양사가 운영하는 한미 간 직항 노선은 15개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