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시작..BW확보전 돌입
by이승현 기자
2020.06.03 17:33:54
3자연합, 지분 2.49% 추가매집..주총 취소 소송도 내
조원태, BW발행 결정으로 응수..주식 총수 5.3% 증가
신주인수권 확보가 관건..환경은 조 회장측에 유리
임시주총 가능성 낮아..3자연합측 실익 없어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불 붙고 있다.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구성된 3자 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자 한진 측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한진칼 지분 확보에 나섰다. 결국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발행되는 주식을 어느 쪽이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벌어진 표대결에서 패한 후 한동안 잠잠하던 3자연합이 행동을 재개했다.
3자연합 측의 KCGI와 반도건설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각각 0.19%와 2.3%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45.23%까지 늘어났다. 조원태 회장측(41.14%)과 격차는 4.09%포인트로 벌어졌다. 또 3자연합은 지난달 26일, 지난 3월에 열린 한진칼 정기 주총 결의 취소 소송도 냈다.
주총 전 법원은 3자 연합이 낸 대한항공사우회 보유 지분 3.7%에 대한 의결권 제한과 반도건설 보유 지분 8.2%의 의결권을 전부 인정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에 대해 거꾸로 대한항공사우회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인정하고 반도건설 지분 중 3.2%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본안소송을 제기, 제대로 따져보겠다는 심산이다. 이 소송에서 3자연합이 승리할 경우 3월 주총에서 의결된 조 회장 연임과 한진측이 추천한 이사진 선임이 모두 무효가 된다. 이번 소송이 경영권 분쟁에 커다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맞서는 조 회장 등 현 경영진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한진칼이 발행하는 신주인수권이 100% 행사될 경우 발행되는 신주는 총 331만1258주로, 현재 발행 주식 총수의 약 5.3% 규모다. 전체 주식이 늘어나는 만큼 3자연합을 포함한 현재 주주들의 지분율은 낮아지게 된다. 여기에 조 회장 측이 신주인수권을 확보해 지분 매입에 나선다면 3자 연합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강성부 KCG 대표I,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으로 구성된 3자 연합.(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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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이 신주인수권을 어느 쪽에서 많이 확보할 수 있냐하는 점이다.
3자 연합은 신주인수권 확보를 위해 BW를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BW를 매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는지 여부다. KCGI와 반도건설이 계속해서 지분 매입을 해 온 만큼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BW가 아닌 기존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도 부담스럽다. 최근 2.49%를 매입하며 주가를 띄워놓은 3자연합이 BW나 기존 지분 매입에 나서면 한진칼 주가가 급등하게 되고 신주인수권의 가치도 같이 올라 신주인수권 소유자들이 이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3자 연합이 신주인수권을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3일 종가는 1주당 8만9500원이다.
반면 조 회장 측은 BW를 통해 우호세력을 확보하기가 용이할 것으로 분석된다. BW를 갖고 있으면 3.75% 만기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데다 신주인수권을 통해 주식까지 취득할 수 있어 투자상품으로 매력적이다. 현 경영진을 도우면서도 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BW 발행을 결정했을 때는 ‘든든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과 그룹 측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만큼 외부에서 현 경영진을 지원해 줄 백기사가 필요하다”며 “이미 백기사를 확보했기 때문에 BW 발행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하반기 3자연합의 임시 주총 소집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주총을 열어도 현 이사진 12명보다 많은 13명 이상을 새로 이사로 선임해야 하는데 ‘무리수’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현 이사진을 해임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