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차기 대권주자 본격 검증대에 오른 이낙연

by신민준 기자
2020.05.06 16:24:45

지난 5일 이천화재 참사 유가족과 대화 도마 위
"머리만 있고 가슴 없는 정치인 전형"…野, 맹비난
이낙연, 만 하루 만에 입장 표명 "부끄럽다"
소통메시지 전담 보좌관 중용 등 대응 능력 제고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어떤 대책을 갖고 오셨습니까”(유가족) vs “제가 지금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국회의원도 아니고 조문객으로 왔습니다”(이낙연)

“지금 사람을 모아놓고 뭐 하시는 겁니까”(유가족) vs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이낙연)

“그럼 가십시오”(유가족) vs “네. 가겠습니다”(이낙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지난 5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이 지난 5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과 나눈 대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평소 절제된 언행과 품격있는 이미지로 자기관리에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이 위원장이었던 만큼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특히 야권에서는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인의 전형”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은 6일 자신의 SNS에 “차기대통령 선호도 1위이신 분이 가족을 잃고 울부짖는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니 등골이 오싹하다”며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를 본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사건 발생 만 하루만에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의 수양부족으로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유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아프도록 이해한다. 그러한 유가족 마음에 제 얕은 생각이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 의원 등의 저에 대한 비판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된 배경에는 그간 이 위원장이 보여왔던 태도도 영향을 미쳤다. 이 위원장은 ‘공감’과 ‘소통’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자주 선보였다.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 화재 사건 당시 현장에서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산불 대책과 피해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깨알같이 적었다. 특히 이 위원장의 수첩은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히며 큰 화제를 낳았다. 총선 전에도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국민과 격없이 자주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랬던 이 위원장이 합동분향소에서 보였던 태도에 유가족이 크게 실망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평소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화법을 사용하는 이 위원장의 성향으로 봤을 때 오해의 소지도 다분하다. 물론 이 위원장의 설명이 틀린 건 아니다. 당선인 신분이지 국회의원도 아니고 국무총리도 아니다. 다만 이 위원장이 간과한 게 있다. 이 위원장은 지지율 40%대의 압도적인 1위의 차기 대선주자다. 그만큼 지켜보는 눈도 많고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조만간 ‘말과 글’ 등 소통메시지만 전담하는 4급 보좌관에 이제이 전 국무총리실 연설비서관을 중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이 위원장이 신뢰하는 인물로 2년 7개월간 손발을 맞췄다. 소통메시지 전담 보좌관은 국회의원으로서는 전례없는 일이다. 이는 대국민 메시지 전달에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이 위원장은 공감과 소통 리더십에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이 위원장을 향한 야권의 현미경 검증과 대규모 공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지지율 1위 주자가 넘어야 할 숙명이다. 이 위원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