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법관 "검찰, 이메일 위법하게 압수"…檢 "적법절차 지켰다"
by이승현 기자
2018.10.30 16:15:53
김시철 부장판사, 별건압수 등 위법행위 주장
檢 "법관 상대로 절차 안 지킬까" 반박
법원의 검찰수사 적정성 지적 목소리 커져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서 법관의 이메일 자료를 압수수색하며 이른바 ‘별건 압수’를 하는 등 절차상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고위 법관이 주장했다. 검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시철(53·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전산망에 게시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 법원 가족들께 드리는 글’에서 이러한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으로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심리했다. 당시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는 서울고법 형사7부에 관한 동향파악 문건 등 원세훈 전 원장 사건과 관련한 6건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 부장판사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8일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2015년 7월∼2016년 2월 말 김 부장판사와 A 전 재판연구원이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를 추출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피의사실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수색했지만 동향 파악 문건과 관련한 이메일은 1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대신 김 부장판사가 재판부 내부 구성원들과 사건을 검토·논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125건의 이메일과 첨부 파일을 압수했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압수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명백히 이의를 제기했지만 검사가 그대로 압수했다”며 “이는 별건 압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지난 11일 자신에게 제시한 영장으로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법원 전 직원의 이메일 자료를 추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검찰은 김 부장판사를 다시 참관시켜 법원 전 직원의 이메일을 대상으로 추출한 자료 가운데 김 부장판사가 주고받은 이메일 14건을 압수했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검찰은 11일자 영장이 이미 집행이 종료돼 실효된 게 명백한데도 영장 유효기간이 남아있다고 해서 다시 법원 가족 전체의 이메일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수색을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법관을 상대로 영장을 집행하는데 절차를 안 지키겠느냐”며 반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1일 법원으로부터 김 부장판사의 이메일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 중 김 부장판사가 송수신한 이메일을 추출한 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된 부분을 선별하는 작업을 당사자의 참관 하에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삭제나 백업, 굉장히 방대한 분량의 ‘참조’와 ‘숨은참조’ 이메일 추출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려 압수수색 진행이 늦어진 것”이라며 “영장 유효기간은 10월 31일까지니까 전혀 문제 없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 부장판사는 참여자이고 (압수수색) 대상자는 대법원 전산국”이라며 “진행과정에서 전산국과 사전 협의가 있었고, (이메일 내용 기계적 추출도) 전산국에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본격수사를 벌이면서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지적하는 법원 내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