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순채권국'이지만…빠져나가는 外人 '부담'(종합)
by경계영 기자
2016.02.25 16:44:45
작년 말 순국제투자 잔액 1988억달러…사상 최대
대외채무 2008년 이후 첫 감소세
빚 갚는 나라에서 돈 받는 나라로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갚을 돈보다 다른 나라로부터 받을 돈이 더 많아졌다. 2년째 채권자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빌린 빚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 감소했고, 상환능력 지표인 단기외채 비율도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주식시장에 이어 올해 채권시장마저 외국인이 ‘팔자’를 보이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5년 말 국제투자대조표(IIP)’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대외투자에서 외국인투자를 뺀 순국제투자 잔액은 1988억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2014년 말 순국제투자 잔액은 876억달러로 우리나라가 사상 첫 ‘순대외자산국’이 된 이후 2년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순국제투자 잔액 또한 1년새 1112억달러 늘었다. 한은이 1994년 관련 통계를 편제한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다.
다른 나라에 투자한 금융자산인 대외투자는 지난해 말 잔액이 1조1399억달러로 전년 말 대비 579억달러 늘었다. 직접투자뿐 아니라 주식, 채권 등 증권투자 등이 증가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외국인이 우리나라 자산에 투자한 규모인 대외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533억원 감소한 9411억원으로 조사됐다. 증권투자가 줄어든 데다 원화 가치가 평가 절하되면서 달러화 환산 금액 자체도 내렸다.
이 가운데 만기가 있는 자산인 채권, 대출금, 예금, 무역신용 등을 봐도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돈보다 한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돈이 더 많았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3232억달러로 전년 말 대비 640억달러 늘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특히 대외채무 잔액은 1년새 278억달러 줄어든 3966억달러로 2008년 이후 첫 감소세를 보였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는 1087억달러로 2005년 669억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29.6%로 2004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지표는 1년내 현금화할 수 있는 대외자산에 비해 1년내 갚아야 할 대외부채를 나타낸다. 단기 대외지급능력을 의미한다. 2008년 74.0% 높아지며 우려를 키웠지만 점차 그 수준이 낮아지며 외채 건전성이 튼튼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국인 우리나라는 원화 절상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해외로 자본을 수출하면서 이런 압력을 축소할 수 있다”며 “해외에 투자한 돈이 늘면서 또 다른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고 국제호환성이 없는 원화 특성상 해외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는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도 내리면서 달러화로 환산한 외국인 투자 규모도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은 2.4%에 그쳤고 원화는 달러화 대비 6.2% 절하됐다. 이런 비거래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주식 등 지분증권에서 외국인투자는 20억달러 줄었고 국고채 등 부채성증권에서도 53억달러 감소했다.
올해도 외국인의 ‘팔자’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마켓포인트와 본드웹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주식시장에서 3조801억원, 채권시장에서 1조7767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화 약세 등으로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등 외환건전성이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줄어든 데다 올해도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어 이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투자여건이 좋지 않다보니 한국인이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며 “구조개혁 등으로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일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날 “우리 경제의 외채 건전성이 양호하다”면서도 “세계 경제·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이 있어 외채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금융기관의 외환건전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