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시장 진출한 오비맥주”…시장 판도 흔들까
by오희나 기자
2024.09.12 18:33:02
오비맥주, 제주소주 인수 결정…이르면 연내 본계약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양강구도에 오비맥주 합류
"K열풍 가속화"…맥주1등 오비맥주, 소주에도 통할까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오비맥주가 제주소주 인수를 시작으로 소주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다. 하이트진로(000080), 롯데칠성(005300)음료가 양분하고 있는 소주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오비맥주는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키로 결정했다. 매각 규모는 500억~1000억원 가량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생산하는 국내 맥주업계 1위 사업자다.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를 시작으로 해외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카스와 제주소주 브랜드의 강점, K열풍의 성장세를 활용해 다양한 한국 주류를 선보일 예정이다.
구자범 오비맥주 수석부사장은 “이번 인수는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오비맥주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맥주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제주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제주소주는 2014년 ‘올레 소주’를 출시해 판매했다. 2016년 이마트(139480)가 190억원에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2017년 올레 소주를 ‘푸른밤’으로 리뉴얼 출시했지만 하이트진로 ‘참이슬’,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이 장악한 국내 소주 시장에서 고전을 거듭했다. 이마트는 4년에 걸쳐 제주소주에 570억원을 투입했지만 4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434억원에 달했다. 2021년 이마트는 자회사 신세계L&B에 제주소주를 넘겼다. 이후 제주소주는 수출용 소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한 배경으로는 해외에서 한국 소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K컬처에 이어 K푸드가 부각되고 소주 수출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카스와 제주소주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1억 141만달러로 10년 만에 처음 1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수출액은 작년보다 늘 전망이다. 제주소주가 동남아 등 해외 수출용 소주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카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여기에 국내 주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믹솔로지’ 등 새로운 주류 트렌드가 형성되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소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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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소매시장 매출 규모는 3조 9296억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 4조 1358억원 대비 4.99% 감소했다. 2020년 4조 3771억원을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소주시장규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소주 매출액은 2조 3515억원으로 전년(2조 4856억원) 대비 5.4% 줄었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소주 시장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오비맥주가 합류하면서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점유율은 59.8%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는 가운데 △롯데칠성음료 18.0% △무학 8.0% △금복주 4.1% △대선주조 3.3%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유통 채널 중 하나인 이마트가 제주소주 인수 후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오비맥주가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면서 “제주에 공장이 있어 유통·물류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해외수출 중심으로 운영했었는데 오비맥주가 인수하면서 해외진출을 가속화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