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재계약하려면 8300만원 더 올려줘야(종합)
by정다슬 기자
2016.12.13 17:25:31
세입자 보증금 추가비용 부담 여전
지난해보다 겨우 213만원 감소
안정세라지만…목돈 마련 힘들어
임대수요 많은 서대문구 52% 급등…미사 신도시 입주로 강남 3구 내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전세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올 연말 기준으로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보다 얼마나 올랐을까.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 2년 새 평균 8232만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년과 비교해 올해 아파트 전세시장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세 재계약 비용이 2년 전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전세 갱신을 하려면 여전히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해 내 집 마련과 전세 재계약을 놓고 고민하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재계약 비용은 평균 8232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세 재계약 비용은 2년 전 전셋값 대비 상승액으로, 12월 현재 전세 재계약을 할 경우 집주인에게 2년 전보다 평균 8232만원을 올려줘야 한다. 올해 서울 전세 재계약 비용은 지난해(8536만원)와 비교해서는 213만원(2.5%) 줄었다.
다만 지역별로 격차가 컸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전세 재계약 평균 비용이 5714만원이었으나 올해는 8734만원으로 무려 52.8%(3019만원) 늘었다. 서대문구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갱신할 때보다 무려 3000여만원을 더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남가좌2차 전용면적 84.81㎡형은 지난해 11월 4억원(9층)에서 전세 계약이 이뤄졌으나 지난 11월에는 5억원(5층)으로 전셋값이 1년 새 1억원 올랐다. 남가좌동 H공인 관계자는 “인근에서 대규모 새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셋값도 한 단계 상향 조정된 데에다가 도심권과 가까워 임대수요도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금천구는 같은 기간 전세 재계약 평균 비용이 4779만원에서 6049만원으로 26.6%(1270만원) 늘어 상승률 2위를 차지했다. 은평구 전세 재계약 비용도 2015년 말 6402만원에서 올해 말 7612만원으로 18.9%(1210만원) 늘었다.
반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 아파트 전세 재계약 비용은 크게 낮아졌다. 위례신도시와 하남 미사강변도시 등 주변에 신도시가 대거 들어서면서 임대수요가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서초구의 경우 지난해에는 전세 계약을 갱신하려면 1억 4778만원을 올려줘야 했으나 올해는 1억 2445만원으로 2322만원 내렸다. 강남구 역시 같은 기간 전세 재계약 비용이 1억 4898만원에서 1억 3415만원으로 떨어졌다. 송파구도 1억 972만원에서 9672만원으로 내렸다.
전국 시·도별로도 전세 재계약 비용 격차가 컸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재계약 비용은 지난해 평균 4257만원에 비해선 11.3%(469만원) 줄었다. 올 한해 전셋값이 작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면서 재계약 비용도 감소한 것이다. 부동산114 통계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2.09% 올랐으나 올해는 3.61%로 오름폭이 크게 둔화했다.
재계약 비용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대구시다. 이곳 전세 재계약 비용은 5346만원으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으나 올해는 1902만원으로 1년 새 3444만원 하락했다.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전세 물량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재계약 비용은 지난해 2718만원에서 올해 1518만원으로 1200만원 줄었다.
반면 세종시의 재계약 비용은 지난해 976만원에서 올해 4188만원으로 무려 3212만원이 증가했다.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8.56% 오르는데 그쳤지만 올해는 11.19%로 오름폭이 커졌다. 올 들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면서 전셋값이 강세를 보인 것이다. 대전시도 지난해 재계약 비용이 804만원이었지만 올해는 1712만원으로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은 내년에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6만 5764가구로 올해(29만 882가구)보다 7만 5000여가구 많다. 게다가 시·도별로 보면 경기도는 올해 8만 7506가구에서 11만 9813가구로 36.9% 급증하는 반면, 제주도는 입주 물량이 올해와 비슷한 2500여가구에 불과해 지역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역시 내년 입주 물량이 2만 7516가구로 올해(2만 3779가구)보다 4000여가구 많다. 여기에 강동구와 영등포구, 송파구 등은 각각 5344가구, 3141가구, 2614가구 등 대규모 입주가 예정돼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기도 택지지구 등 특정 지역에 내년도 입주 물량이 쏠려 있는 만큼 전셋값과 매맷값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싼 전셋집을 구하거나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무주택자들은 내년 입주 물량이 집중된 지역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