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전고투 조선 '빅3' 올 손실만 7조원..사상 최대 적자

by정태선 기자
2015.10.29 19:18:46

해양플랜트에 발목..대우조선 올해만 4조원 적자
4분기 추가 부실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왼쪽부터)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국내 조선업계 ‘빅3’의 악전고투가 계속되고 있다. 예상보다 긴 불황의 터널 속에서 올해만 7조원대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은 삼성중공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4분기도 돌발악재의 출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실적악화에 대한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을 중심으로 대형조선사마저 ‘합종연횡’식 재편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올해 3분기 매출액 2조4364억원, 영업이익 846억원, 당기순이익 505억원을 기록했다. 올 2분기 영업손실 1조5481억원, 당기순손실 1조1550억원 등 대규모 적자를 낸 이후 추가 적자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5.3%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53.4%와 70.7% 줄었다. 간신히 대규모 적자행진을 차단한 삼성중공업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은 해양 프로젝트에서 일회성 이익(410억원)이 유입된 덕분인데다 저마진 해양 생산설비 프로젝트 매출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고수익 선종인 시추선(잔고 7기)은 인도 지연으로 매출 비중이 감소하고, 손실 공사인 호주 익시스(Ichthys)와 나이지리아 에지나(Egina) 프로젝트의 비중은 증가, 수익 개선은 더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4분기 실적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극한의 원가절감은 물론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의 계약 변경에 따른 추가 이익을 발굴해 수익성을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각사 실적 공시 참조. (단위:원)
현대중공업(009540)과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현대중공업은 3분기 매출 10조9184억원,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6784억원과 4514억원을 나타냈다. 적자 폭을 줄여가는 듯했지만 또다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 8분기째 적자행진으로 올 누계 영업손실만 1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3조원의 적자 폭탄을 터뜨렸지만 아직 1조원 가량의 추가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조선 부문에서만 14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여기에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영국 시추업체 시드릴(Seadrill) 사로부터 수주한 세미리그 수주 취소로 1770억원 규모의 일회성 손실이 발생했고, 해양 플랜트에서 5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났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부문에서 일반상선은 흑자로 돌아서는 등 저가 수주 물량이 점차 해소되면서 공정이 안정화되고 있고, 해양부문도 현 시점에서 인식할 수 있는 손실을 모두 반영했다”며 “전기전자, 엔진 등 타 사업분야에서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하고 있어 4분기는 실적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악의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의 도마 위에 오른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어닝 쇼크’를 연출했다. 3분기에만 1조21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3조15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조364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해양플랜트 부실에 발목이 잡히면서 올해만 누적으로 4조 3003억원 영업손실을 보였다. 대우조선은 최근 채권단 실사에서 파악된 총 예정원가의 추가반영분과 드릴십 계약해지 및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드윈드 망갈리아 조선소 등 해외 자회사에서 발생한 손실도 3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추가 부실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일각에선 올해 누적으로 최대 5조원 가량의 영업손실도 볼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험 없는 해양플랜트 분야에 국내 조선업체가 저가를 무기로 도전했다가 설계변경에 따른 인도일정 지연 사태 등으로 비용과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었다”면서 “조선 3사의 손실액이 지난해부터 올 3분기까지 10조원에 달하는 등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