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日 전시 중단은 예술감독 책임…전시 재개 노력"

by장병호 기자
2019.08.22 18:21:06

쓰다 다이스케 아이치트리엔날레 예술감독
22일 한국서 ''소녀상'' 전시 중단 관련 입장 표명
"외압 없어…테러 협박 등 안전 문제 때문"
오카모토 실행위원 "연대로 끝까지 싸울 것"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으로 논란이 된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화연대가 연 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장병호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평화의 소녀상’의 일본 전시가 중단된 것은 예술감독인 내 책임이다. 전시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안전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으로 논란이 된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이 한국을 찾아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쓰다 예술감독은 문화연대가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토론회 ‘위협받는 예술, 위기의 민주주의-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검열사태를 중심으로’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포함됐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를 담당한 오카모토 유카 기획실행위원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평화의 소녀상’의 일본 전시 중단 과정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다. 쓰다 예술감독은 “전시 중단 결정 과정에서 나의 소통 부족으로 작가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며 “한국에 가서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어 토론회에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에게는 먼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쓰다 예술감독은 “두 작가와 사전 협의 과정 없이 전시 중단을 결정한 것을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평화의 소녀상’ 전시 자체는 비록 3일 밖에 이뤄지지 못했지만 일본 관람객들로부터는 많은 호의적인 반응을 받았고 이것이 두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1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미술관에서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 그 후’의 일부로 전시됐다. 그러나 전시 개막과 동시에 테러 위협 등이 이어지면서 사흘 만에 기획전 전체가 중단됐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 등 공직자들이 이번 전시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발언을 하는 등 외압으로 전시가 중단된 것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쓰다 예술감독은 “전시 중단 결정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다”며 “안전을 위해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와 내가 함께 내린 결정으로 전시 중단 책임 또한 나와 오무라 지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팩스·이메일 등을 통해 협박이 너무 많아 개막식 당일 사무국 기능이 마비될 정도였다”며 “전시와 무관한 초·중·고등학교에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까지 있어 어떻게든 대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시 재개를 위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빠른 시일 내에 전시 재개가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쓰다 예술감독은 “‘평화의 소녀상’의 일본 전시 재개를 위해서는 먼저 협박에 대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며 “아직까지 협박범도 한 명 밖에 못 잡았고 대책 마련 등이 함께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전시 재개를 분명히 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카모토 실행위원은 ‘평화의 소녀상’의 일본 전시 당시 공격적인 반응만 있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오카모토 실행위원은 “일부 관람객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모멸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관람객이 ‘이건 예술작품이니 조용히 관람하며 역사를 제대로 보는 기회로 삼자’며 이를 제지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전시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카모토 실행위원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재개하지 않는다면 일본 우익들은 더 힘을 받을 것이고 결국 일본 사회가 심각한 상태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일본과 한국이 함께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고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학평론가인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박소현 서울과기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고 김운성 작가를 비롯해 김소연 연극평론가, 임민욱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 홍태림 미술평론가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 극우적 우경화가 구조화하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작가는 “일본 관람객들로부터 관람권을 뺏지 말고 창작 표현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