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 추경 늘리자”는 정치권, 정부 “몇십조 어디서?"(종합)

by이명철 기자
2022.02.08 18:46:51

추경 예결위 이틀차…여야 35조·50조 규모 증액 요구 지속
홍남기, 미세 조정 가능하지만 대규모 증액 불가 입장 고수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국채시장 부담·신용등급 하향 우려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공지유, 최정훈 배진솔 기자]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두고 증액 공방이 이어졌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추경 확대를 요청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안을 다루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은 국채 추가 발행을 시사한 반면 야당은 한국판뉴딜 등 기존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을 제시하며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장 대규모 증액이나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하면서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됐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전날에 이어 추경 논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은 정책질의를 통해 정부에 일제히 추경 증액을 요구했다.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와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 추경안보다 각각 25조원, 15조원 증액을 의결한 바 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방역 지원금 규모를 두고 대다수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생존과 회복이 가능할 정도로 통 큰 지원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같은당의 이장섭 의원도 “재정당국 입장을 이해하지만 소상공인들의 아픔과 절박함에 대해 현장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추경 증액에는 야당도 한목소리지만 본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607조7000억원인 (본예산) 세출 구조조정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고 같은당 최형두 의원도 “한국판 뉴딜만 해도 34조원인데 정부가 스스로 예산을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일단 대규모 증액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 14조원에 국회에서 삭감 요인, 감액요인도 있고 일부 국회서 제기하는 사각지대 등 증액 요인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 제출 규모 전후에서 통상적으로 감액, 증액 논의가 있지만 35조원, 50조원 정도 규모는 수용하기 어렵단 말을 명백히 한다”고 강조했다.

세출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당장은 부정적이라는 판단이다. 홍 부총리는 “세출 구조조정은 예산 편성 당시에도 했고 이제 막 시작하는 사업을 잘라내기 어렵다”며 “구조조정이 필요하면 2분기 이후 (집행이) 부진한 사업이 대상으로 국회에서 전체 리스트를 만들면 몰라도 사업 감액을 조정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는 연초 쉽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김부겸(오른쪽)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도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몇십조 들어내는 건 예산을 짤 때 비전 없이 주먹 구구로 했다는 꼴 밖에 안된다”며 “위기시 국가 부채(로 충당하려는) 지적은 염두에 두지만 무조건 어디서 몇십조를 짜내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추경 증액이 어려운 이유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등 물가 부담과 국채 발행에 따른 국채시장 영향, 국가채무 증가가 가져올 국가 신용등급 여파 등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국가 부채가 늘어나지만 소상공인을 살려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 성장률 늘리는 효과도 있다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있고 (최근) 국채시장 (국채금리가) 30bp(0.3%) 올라 (국채 추가 발행시) 국채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까도 우려된다”며 “신용등급 평가도 무디스·피치와 상반기 협의해야 하는데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면 그 영향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선 국채시장의 경우 홍 부총리는 “14조원 규모 추경을 발표했을 때도 국고채 금리가 30bp(1bp=0.01%p)가 올라갔다”며 “(증액할 경우) 국채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추경 증액 논의가 이어지면서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6.6bp 오른 2.303%에 마감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지표금리 등 시장금리도 함께 오르면서 결국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달했다. 홍 부총리는 “국제 신용평가사에선 재정준칙이 말로만 되고 입법이 되지 않는 것, 국가채무 늘어나는 속도 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신평사들이 그래도 사정을 이해하고 국가채무에 대해 정부가 역할을 하면서도 재정 당국이 (관리) 노력을 병행하는 것에 (양호한) 평가를 했는데 어느 정도 한계에 와 있지 않나 싶다”고 우려했다.

추경안을 두고 논쟁이 반복되는 것에 정부도 아쉬움을 표했다. 김 총리는 “지나놓고 보니 큰 그림을 그리고 (지원을) 했다면 효과적으로 하지 않았겠나”며 “그때그때마다 사안별로 하는 꼴이 되니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에 충분히 동의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로선 피해계층의 신속한 지원이 중요한 만큼 국회의 조속한 합의를 요청했다. 김 총리는 “국채 발행을 해라 세출 조정을 해라 싸우지 말고 긴급하다는 측면에서 여야가 합의해주면 재정당국 어려움 알지만 정부 입장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