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이 책' 때문에?...'盧정부' 조기숙 추천사

by박지혜 기자
2021.03.17 16:06:0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17일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회견에서 피해자를 향해 “이번 사건을 다룬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이 발간된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피해자는 “저는 아직 그 책을 접하지는 못했으나 그 책에 대한 몇몇 이야기를 지인들로부터 들었다. 지인들을 통해서 들은 바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가 인정받은 사실들에 대해서 오히려 부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국가기관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정받은 피해 사실과 개인이 저서에 쓴 주장은 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분별력 있는 분들께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시선으로 책을 평가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언급된 책은 박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청 출입기자였던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펴낸 ‘비극의 탄생’이다. 책의 부제는 ‘50인의 증언으로 새롭게 밝히는 박원순 사건의 진상. “당사자 죽음으로 다 끝나버린 사건”… 그 금기와 성역에 도전하다’이다.



책 ‘비극의 탄생’ (사진=왕의 서재)
최근 출간된 이 책은 ‘박원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별건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인정됐다는 점이나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메시지와 사진 등을 보낸 사실을 인정했음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셀카 밀착’, ‘속옷 사진’ 등에 대해선 “증거가 없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손 기자가) 저에게 추천사를 부탁하길래 이 책은 기자의 분명한 생각을 담고 있고, 그 내용에 제가 대체로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객관적인 팩트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시장의 죽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봄으로써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주저 없이 썼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물론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많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래서 좋은 것”이라며 “서로 다른 생각이 만나서 부딪치고 갈등을 일으키면서 다수의 의견이 합의돼 가는 건강한 담론 형성의 과정을 보고 싶은 게 저의 작은 소망”이라고 전했다.

손 기자는 이날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책도 읽고 기자회견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제 책에 대한 언급도 나왔지만 제가 바로 해명하거나 반박할 시급성은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전 멤버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진행하는 방송에 이날 오후 출연 일정을 알리며, “오전 피해자-여성단체 기자회견에 대한 저의 입장뿐만 아니라 ‘뉴스’도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