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으로 전선 넓힌 美·中…달러·위안 환율 12년만 최고

by신정은 기자
2020.05.26 19:39:04

인민은행, 3거래일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
미중 환율전쟁 재발 조짐…7.2위안 돌파 주목
원·달러 환율 1234.30원…"당분간 등락 지속"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원다연 기자] 달러 대비 위안화 고시환율이 3거래일 연속 상승(위안화 가치하락)했다. 12년여 만에 최고치다. 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시작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홍콩 보안법 제정을 두고 격화하면서 외환시장으로 전선을 넓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6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달러당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전장 대비 0.0084위안(0.12%)이나 한꺼번에 올렸다. 환율 수준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 이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발발했던 환율전쟁이 제 2라운드에 돌입할지 주목된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지만,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을 겨냥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일 당시 위안화 환율이 ‘포치’(破七·달러당 환율 7위안 돌파)를 기록하자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올해 1월 미중 양국이 1차 무역합의를 타결하면서 환율 이슈가 수면 밑으로 가라 앉는듯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양국 간 갈등이 커지면서 다시금 불똥이 외환시장으로 튀었다.

저우 하오 코메르츠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달러 대비 7.2위안 돌파 여부를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며 “홍콩 상황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당분간 위안화 변동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과의 경제 연계성으로 위안화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지는 원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90원 하락(원화가치 상승)한 1234.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갈등 고조에 두달만에 1240원대로 올라섰지만, 다시 상승폭을 되돌리며 1230원대로 내려섰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늘 증시가 1% 넘게 상승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되며 원·달러 환율도 하락 전환했다”며 “다만 미중 갈등이란 요소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등락을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