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원인 발표 6월로…업계 "피해 눈덩이" 울상

by남궁민관 기자
2019.05.02 15:27:26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최근 연이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와 관련 정부의 원인 조사 결과가 다시 6월로 미뤄졌다. 관련 업계는 이미 ESS 관련 피해가 가시화된 상황으로, 늦어지는 정부의 발표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장 실적악화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ESS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및 안전관리 대책 추진현황 및 계획’을 내놓았지만, 관련 업계가 가장 주목했던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는 6월 초로 발표를 연기했다. 사실상 이번 발표는 신규 ESS 사업장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안만을 담았다는 평가다.

산업부는 “ESS는 화재 발생 시 전소되는 특성이 있고, 다수의 기업과 제품이 관련돼, 사고원인을 과학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규명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며 “시험·실증 등을 조속히 완료해 6월 초 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SS 관련 업계는 자칫 사태가 장기화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화재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올해 1월 3일 전기, 배터리, 소방 등 분야별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출범하고, 그간 현장조사와 기업면담, 데이터 분석·검토 등 60여 차례 회의를 개최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결과적으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 조사에 대한 관련업계 신뢰성은 크게 떨어진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ESS 전반에 대한 안전강화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에 적극 동의하고 정부와 함께 전반적인 안전강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원인 및 대책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ESS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관련 기업들은 이미 1분기 실적악화에 직면한 마당이다. LG화학은 1분기에만 ESS 화재에 따른 가동 손실보상과 관련 충당금 800억원, 판매손실 400억원 등 총 12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SDI 역시 동일한 처지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반토막(52.2% 감소) 난 1188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정부의 ESS 화재사고 원인 규명이 늦어질수록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저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ESS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규모는 32.9GW로 전년 대비 2배 급증했다. 올해에도 당장 하반기 북미와 호주 등 글로벌 ESS 프로젝트들이 예정돼 있는 상황으로, 정부의 발표가 늦어질수록 한국산 ESS에 대한 불안감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ESS 배터리 업체들뿐 아니라 전력변환장치(PCS), 에너지관리시스템(EMS)를 생산하는 중전기 업체들의 고민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은 배터리 업체들과 달리 현재까지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ESS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었던 터, 이번 사태 장기화가 달갑지 않다.

한 중전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이번 화재 사고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기업을 비롯 물론 전체 ESS 생태계 자체가 고사할 수 있다”며 “이미 ESS 관련 발주가 완전히 끊긴 상황으로, 정부는 부담이 되더라도 현재까지 파악한 여러 상황과 가능성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