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급등에 건설업계 '한숨'..주택공급 로드맵 차질 우려

by신수정 기자
2022.04.04 17:06:50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 85.6
러시아-우크라 침공 사태로 원자재가 급등
중견·중소사 자재수급 문제 더욱 심각
수급불균형 길어지면 주택공급도 차질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건설공사 핵심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건설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공사비 인상 압박이 높아진데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공정률 하락도 우려되면서다. 전문가들은 가격급등과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면 예정됐던 주택 공급 로드맵을 이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
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기준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85.6을 기록했다. 통상 3월에는 공사가 증가하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지수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지난 2월에도 3월 전망치를 25.6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지수가 곤두박질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촉발한 국제 자재와 연료 가격 급등과 수급 차질로 건설 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업체 규모별로 대형 건설기업과 달리 중견ㆍ중소 건설기업의 지수가 위축돼 중견 및 중소 건설사에 자재수급 문제가 상대적으로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자재 비용이 증가하고,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현장 간 자재 확보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일부 현장의 착공이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중소건설업계는 주요 원자재가격 폭등을 고민 중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값이 최근 들어 t(톤)당 100만원을 웃돌고 있다. 골조 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은 지난 1월 t당 105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전년 대비 30% 급등한 가격이다.

지난해 세계 각국이 인프라 사업 확대로 건설자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최대 철근 생산국이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철근값이 꾸준히 올랐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했다. 해외건설협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020년 기준 글로벌 철강 수출의 약 11%를 차지한 만큼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멘트는 가격 급등에 시멘트 수급 부족까지 겹쳤다. 국내 벌크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7월 레미콘업계와 협상을 거쳐 5.1% 공식 인상된 데 이어 올 2월 비공식적으로 약 18% 오른 가격으로 거래 중이다. 시멘트 재고 역시 한국으로 들어오는 유연탄의 70%~75%를 차지하는 러시아산의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건설 성수기(4∼5월) 대비 50% 수준(60만t)으로 전해졌다.

철콘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고선 도저히 영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공사현장별로 가격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며 “다만 민간공사현장의 가격협상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유류비 인상 폭까지 커지고 있어 현장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불안은 주택시장 안정화의 기간을 더욱 늦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설 현장마다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량은 오히려 줄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동산 정책 공약으로 250만 가구 공급을 내놓는 등 공급확대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세웠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사마다 자재 구입 정책이 다르지만, 소량 구매를 원칙으로 뒀던 사업장에선 최근 원자재 인상 부담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 인상과 수급 불균형이 지속 되면 원가관리 측면에서 악영향을 끼치는데다 주택공급 목표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세계경제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를 상승시켜 건설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택공급 축소를 완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표준건축비 현실화를 통해 공사비 현실화 시켜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