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치료 휴가?…워킹맘들 “육아휴직도 못 쓰는데 무슨"

by김기덕 기자
2016.10.18 17:37:21

난임치료 휴가 3일·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
기존 제도와 비슷하고 혜택 미미…中企 적용 어려울 듯
난임시술 최대 1년 소요 “연간 3일 휴가는 생색내기용”

정부가 18일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난임치료 휴가 신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을 놓고 워킹맘들은 실제 직장 내에서 적용되기 힘들고, 혜택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태선 김기덕 김보영 기자]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난임치료 휴가 도입,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확대 방안을 발표했지만 워킹맘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직장 내 눈치 탓에 육아휴직 기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제도를 일부 수정하는 데 그친 이번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8일 국무회의에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내년 하반기부터 여성 근로자는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고, 난임치료 휴가 3일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또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들은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최대 2년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최근 만혼 등의 영향으로 난임부부가 늘어나면서 워킹맘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출산율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만혼 및 노산으로 인해 난임진료자는 2008년 17만3000명에서 지난해 21만4000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민간부문에서도 임신기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유산·조산의 위험으로 퇴사하며 경력이 단절될 수 있는 여성근로자들을 위한 제도다. 다만 전체 휴직기간은 육아휴직과 합쳐서 1년으로 한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임신기 근로시간단축 제도만으로는 고위험 근로자의 모성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 대해 워킹맘들은 제도에 따른 혜택이 미미하고, 현실에서는 적용하기 힘든 방안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광명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이정(가명·34)씨는 “아이를 낳고 회사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탄력근무제나 단축근무를 신청할려고 했지만, 결국 상사와 주변 동료의 눈치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평일 야근과 주말 근무만 늘었다”면서, “기조 제도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혜택을 늘린다고 크게 도움이 될거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정윤미(35)씨는 “직장 내에서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난임부부들에 대한 휴가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럽다”며 “사업주 입장에서는 직원들 난임 휴가에 따른 인력 부재, 손실 등을 감내하는 것 보다 과태료 500만원 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임시술 평균 비용과 중단 이유(자료: 보건복지부)
난임시술에 따른 휴가기간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차례 난임시술을 경험했던 양정모(가명·37)씨는 “난임시술은 치료를 한번 할 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해진 기간 동안 병원에 가야하기 때문에 회사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면서 “난임여성들은 시술을 진행하기 위해 6개월에서 최대 1년 기간을 둬야 하는데, 연간 3일 휴가를 주는 것은 생색내기 정책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협회장은 “난임가족들이 절실히 필요로 해왔던 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된 부분은 환영한다”면서도, “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 보다 법과는 무관하게 도태되는 사람이 없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난임부부들 사이에서도 빈부격차에 따라 혜택이 양분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상대적으로 복지가 좋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부부들은 혜택을 받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의 경우에는 눈치를 보여 휴가를 쓰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