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영수 전 특검 재소환…'대장동 50억 로비' 실체 드러날까

by하상렬 기자
2022.01.05 17:06:14

'50억 클럽'·딸 아파트 분양 의혹…40일 만에 2차 조사
인척 통해 김만배 자금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뇌관'
"김만배 자금 들어간 정황 확인 시 알선수재 성립"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의혹도 검찰 수사 진행 중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장동 업자들의 로비 명단으로 알려진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재차 소환하면서 그를 둘러싼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때 잘나가던 특검에서 ‘가짜 수산업자 게이트’에 이어 ‘대장동 게이트’까지 잇따라 연루되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 특검에 대해 법조계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사진=연합뉴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박 전 특검을 비공개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의혹 제기 이후 두 번째 소환 조사로, 검찰은 작년 11월 26일 박 전 특검을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고문으로 있으면서 사업 편의를 봐주고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2015년 화천대유 설립 이후부터 2016년 특검 임명 전까지 수개월 간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딸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면서 화천대유가 분양한 아파트 잔여분 1채를 당시 시세의 절반으로 분양 받아 특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또 박 전 특검은 2009년 대장동 민영개발업자 이강길 씨 시행사에 1000억 원대 대출을 알선한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모 씨가 2011년 대검찰청 중수부 조사를 받을 때 그의 변호인을 맡은 이력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의 인척이자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모 씨 관련 의혹도 있다. 이 씨는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4~2015년 토목건설업체 대표 나모 씨에게서 사업 수주 명목으로 20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는다. 당시 사업권을 따내지 못한 이 씨는 나 씨의 ‘돈을 돌려 달라’는 요구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100억 원 가량을 받아 나 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씨가 나 씨에게 원금의 5배를 돌려준 것과 관련해 해당 금액 중 일부가 박 전 특검에게 흘러간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박 전 특검이 화천대유에서 고문료를 받은 것이나 딸이 시세보다 낮게 아파트를 분양 받은 것과 관련해선 대장동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드러난 것이 아니기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인척 이 씨 관련 의혹은 뇌관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정식 고문 계약을 해서 받은 급여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아들의 50억 원 퇴직금 문제로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던 것처럼 박 전 특검 딸 관련 의혹도 혐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만약 인척을 통해 박 전 특검으로 김만배 씨의 돈이 들어간 정황이 확인된다면, 알선수재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사 시절 ‘재계 저승사자’로 이름을 날렸고, 퇴임 후에도 현직 대통령과 재계 1위 그룹 총수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을 진두지휘하며 역대 특검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 박 전 특검이 연이은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자 씁쓸함을 드러낸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의혹에 앞서 ‘수산업자 게이트’에도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으로 제공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작년 9월 9일 박 전 특검에 대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차량 사용료를 정상 지급했다고 반박했지만, 경찰 수사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14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