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韓부자 세대교체, 새로운 성장시대 진입 신호"
by김보겸 기자
2021.08.12 17:25:48
"신흥 부호들, 불평등에 관심 많고 환원의지 강해"
|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카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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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국의 부자 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이 수십년 된 거대 기업들을 물려받은 재벌 2~3세들을 추월하면서다. 이들 신흥 재벌의 등장은 지금까지 재벌에 의존해온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신흥 부호들이 억만장자 순위에서 재벌을 밀어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모바일 메신저 앱 카카오의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자산 118억달러)을 제치고 자산 129억달러로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됐다고 소개했다.
셀트리온을 일류 생명과학 기업으로 키워낸 서정진 명예회장이 한국 부자 3위에 올랐다. 그의 순자산은 104억달러다. 4위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68억달러), 6위는 올 초 미국 뉴욕증시에 데뷔한 쿠팡을 키워 낸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의장(65억달러)이다.
자수성가 기업인들이 부자 순위에 편입되는 현상은 1조6000억달러 규모의 한국 경제가 새 성장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그간 한국전쟁 잿더미에서 아시아 경제의 기적을 이루기까지 가족 중심의 재벌기업에 의존해 온 한국 경제가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신흥 재벌들 성장을 앞당겼다. 전자상거래와 엔터테인먼트, 생명공학 등 분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의 돈은 이 분야 스타트업 자금 조달과 기업 공모, 기업 인수에 몰리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3조7700억원으로 지난 6개월 동안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신흥 부호들은 사회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더 잘 알고 있어 사회 환원 의지가 더 강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치인들과 유착해 기업을 키워 온 기존 재벌들과 과연 얼마나 다를지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경환 성균관대 창업대학원 주임교수는 “부자 순위 변화는 한국에 긍정적”이라며 “신흥 부호들은 상속이 아니라 자수성가해 부를 일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젊은층에 희망을 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