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당뇨 신약…한미, 신약개발 능력 시험대 올라

by노희준 기자
2020.05.14 17:07:29

사노비,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3상 진행 중 반환통보
한미, 법적 대응 불사 및 새 글로벌 파트너 물색
이제껏 11건 기술수출 중 7건 후보물질 돌아와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한미약품(128940) 신약개발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2015년 대규모로 기술이전했던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반환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임상 3상 도중 당뇨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 반환 의사를 지난 13일 밤(한국시각)통보해왔다고 14일 공시했다. 양사는 120일간 협의 후 최종 입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한미약품은 기술반환 이후에도 수령한 계약금 2억 유로(2643억원)는 돌려주지 않는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이번 통보는 사노피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노피는 작년 9월 최고경영자 교체 뒤 당뇨 질환 연구를 중단하는 연구개발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사노비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용화는 다른 곳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임상시험은 스스로 완료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4월말 1분기 실적발표까지도 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노피가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고 환자와 연구자들 및 한미약품에게 수차례 공개적으로 약속했으니 이를 지키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안정성과 기술수출 반환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경쟁 약물의 우월성 비교임상 결과가 나오면 새로운 파트너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업계에는 한미약품 신약개발 능력과 기술수출 원동력인 랩스커버리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없지 않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기술이다. 의약품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줄여 복용편의성을 높이고 효능을 개선해준다. 이번에 기술반환된 에페글레나타이드에도 이 기술이 적용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기술반환이 이어지면서 랩스커버리 기술에 물음표가 붙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미약품은 지금까지 11건 기술수출에 성공했지만 이번까지 총 7건(물질기준)을 돌려받았다. 사실 한미약품은 이번에 반환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2015년 11월 관련 당뇨신약 물질 2개(지속형인슐린·지속형인슐린콤보)와 함께 사노피에 총 39억 달러(4조8000억원) 규모로 함께 이전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지속형인슐린이 먼저 돌아왔고 이번에 남은 물질마저 모두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7월에도 얀센은 한미약품과 맺은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의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했다. 후보물질이 혈당조절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탓이다. 여기에도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돼있다. 지난해 1월에는 릴리가 2015년에 한미약품에서 6억9000만 달러(8500억원)로 이전해갔던 면역질환 치료제(HM71224)의 개발 및 판매 권리를 반환했다. 또 2018년 3월에는 제약사 자이랩이 한미약품과 맺은 폐암 신약 후보물질 ‘올무티닙’의 권리를 반환했다. 경쟁약(타그리소)이 시장에 먼저 나와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기술반환은 사노피 전략 변경에 따른 것으로 랩스커버리 문제와 관계가 없다”며 “미국 시판허가 진행중인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에도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