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명이 60일간 수사…김경수 불구속 기소로 끝난 '빈손' 특검

by노희준 기자
2018.08.27 17:31:39

김경수, 댓글조작 공모 및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
송인배, 백원우 비서관 혐의 검찰 이관
허익범 특검 "정치권 편향된 비판 유감"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가 6월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첫날을 맞아 각오와 계획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해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12명을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60일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전후로 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하고 공직을 매개로 6·13 지방선거에서 댓글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익범 특검은 정치권의 편향된 비판에 유감을 표했지만 법조계에선 87명이 투입된 특검의 성적표로는 ‘빈손 특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특검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등과 공모해 댓글조작에 나선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됐다. 댓글 조작 기간은 2016년 12월 4일부터 2018년 2월 1일까지로 19대 대선기간이 포함됐다.

김 지사는 총 7만6083개의 네이버·다음·네이트 뉴스기사의 댓글 118만8866개에 총 8840만1214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신호를 보내라고 드루킹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 방법으로 댓글조작 프로그램 캥크랩을 이용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드루킹 김씨로부터 킹크랩 초기버전(프로토타입)에 대한 시연을 참관한 후 드루킹 김씨에게 킹크랩의 개발과 운영을 허락했다고 봤다. 특검은 당시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다는 것을 물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댓글조작 공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한 이 혐의를 기초로 한 사전 구속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돼 법정에서 치열한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김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7년 12월 28일과 2018년 1월 2일경 지난 6·13 지방선거운동과 관련해 드루킹 김씨에게 도모(61·불구속기소) 변호사의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표시해 선거운동과 관련한 이익제공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특검에 따르면 실제 댓글조작에 나선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규모는 김 지사보다 많다. 김 지사 공모가 없는 부분에서도 댓글조작을 벌였기 때문이다. 드루킹 일당 9명은 2016년 12월부터 2016년 3월 21일까지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다음·네이트 뉴스기사 댓글 140만643개에 총 9971만1788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신호를 보내 포털의 댓글 순위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댓글조작 및 지방선거 관련 의혹 외에 제기된 다양한 의혹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모두 증거가 없거나 불법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 지사가 드루킹 김씨로부터 1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은 증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받았다는 드루킹 측의 진술이 경찰조사에서 있었지만 이 진술을 바로 번복한 후 특검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했고 다른 증거도 없었다.

그 외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 등의 불법활동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증거 없음’ 판단을 받았다.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받은 후원금 2500만원 역시 개인 기부금으로 정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드루킹 김씨가 만든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자금줄 의혹도 실체가 없었다. 특검은 계좌추적을 벌였지만 사무실 임대료 등 29억8000만원의 경비는 모두 경공모 자체 수입으로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고 외부 자금 유입도 없었다.

수사기간 87명 안팎 규모로 운영된 특검은 이날 발표 이후 김 지사 등 재판에 넘긴 이들의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긴 채 축소 운영된다. 특검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 사건과 백원부 민정비서관의 사건 은폐 시도 의혹 사건은 모두 검찰로 넘길 예정이다.

허익범 특검은 이날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정치권에서 수사에 대해 지나치게 편향적인 비난이 계속된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여권 등 정치권에 날을 세웠다.

하지만 역대 특검 사상 처음으로 특검 스스로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않는 등 특검 스스로 수사 능력뿐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우리가 증거수집이 다 됐다고 봐서 수사기간 연장을 안 한 것이지 수사 대상이 남아 있는데 압력에 의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검경 수사는 짧은 수사기간 최선을 다 한 것으로 봤다. 우리가 사법처리할 만한 것까지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경의 부실수사도 없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