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 두쪽난 국론···여야, ‘국정화’ 의견서 제출

by강신우 기자
2015.11.02 17:51:39

악화된 여론에 서둘러 국정교과서 '문닫는' 與
野, 국회보이콧 초강수···"총선 승리해 국정교과서 폐지"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여야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행정예고 종료일인 2일 각각 찬·반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여당은 서둘러 확정고시를 하고 민생국회로 돌아와야 한다는 반면 야당은 고시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며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국론이 찬반양론으로 갈리면서 여론 수렴이 충분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며’라는 의견서를 통해 “(검·인정 교과서는) 김일성 주체사상과 북한의 제도를 미화하고 대한민국 발전에 공을 세운 분들을 증오심으로 깎아 내리고 있다”면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국정화 추진에 찬성했다.

앞서 김 대표는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부는 오늘 국정교과서 행정예고를 독려하고 5일에는 확정고시할 예정”이라며 “교과서 집필은 정부에 맡기고 정치권은 민생경제에 매진할 때”라고 했다.

지난 1일 김재경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정교과서 고시가 내일(2일)되면 야당의 반발도 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당내에선 조속한 시일내에 확정고시를 하고 여론전환을 꾀하자는 분위기다. 수도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진작에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역 여론이 악화하자 총선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확정고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더해 △헌법소원 △집필 거부 운동 △대안교과서 운동 등을 거론하며 총선서 승리해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했다. 당장 내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도 보이콧 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정화 반대 국민의견 교육부 전달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하더라도 시대를 거꾸로 가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서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혼란에 대해서 정부는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압도적 반대에도 정부가 내일 오전 11시 확정고시 강행 방침을 밝혔다”며 “우리당은 총력 저지를 위해 오늘 저녁 7시부터 국회에서 농성에 돌입한다. 내일 본회의도 무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확정고시를 앞두고 정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역사교과서 문제를 졸속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행정절차법 46조 3항에 보면 행정예고기간은 예고 내용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 이상으로 한다고 적혀있다. 필요에 따라 기간은 유동적이지만 2일을 종료일로 지정한 건 절차상 최소한의 기간만 잡은 셈이다.

행정고시는 바로 다음날인 3일 오전 11시 전자관보를 통해 확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같은 법 2항에는 행정청은 행정예고 실시현황과 그 결과를 관보·공보·인터넷 등의 방법으로 널리 공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당초 5일 고시키로 했다가 앞당긴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공고할 때 통지 또는 공표할 수 있는데 공표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며 “분류는 찬성·반대별로 내용분류로 할 것 같다”고 했다. 같은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견서 의견을 검토 후 처리결과를 의견제출자에게 통지하거나 공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만 이날 1만8000여건의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자정을 기점으로 내용별 분류를 하는 작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종환 새정치연합 의원은 “의견서가 (교육부에) 다 도착하기도 전에 내일 확정고시 발표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 의견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절차상 문제를 짚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 교수는 “고시는 행정절차이므로 문제는 없다. 다만 행정예고를 통해 국민적 여론이나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이 충분했느냐가 중요하다”며 “너무 정치화돼서 정치권이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대안을 찾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