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3년 남았는데 ‘시기상조론’ 확산

by신하영 기자
2022.02.16 19:02:00

고교학점제 시범 적용 교사 65.9% “재검토·개선 필요”
대입 그대로인데 교육과정 바꿔…학점제 시기상조론
“정시 확대 속 교원단체들도 반대…제도 안착 어렵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정권 말기, 교육 대못 박기 규탄 및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김의진 기자] 고교학점제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고교학점제 일반고 전면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시기상조론이 확산하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최근 대선 후보들에게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중단을 공식 요구했다. 교총은 “준비 안 된 고교학점제는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도농 간, 학생 간 교육 불평등만 심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지난해 7월 5일부터 20일까지 고교학점제를 시범 적용 학교 939개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사 65.8%가 ‘고교학점제에 대해 재검토나 문제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생들도 입시의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정 과목 쏠림 현상으로 인해 학생 수 31명 이상인 수업이 존재하는 학교가 60%에 달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양대 교원단체가 학점제를 지지하지 않아 학점제 안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연기하자는 입장이 많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현장의 혼란을 진지하게 따져보고 도입 시기를 늦추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야 대선후보들이 집권 후 정시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 회의론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관계자는 “현 정부의 정시확대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 관계자도 “정시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윤 후보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마다 이수하는 선택과목이 달라 정시 수능전형 확대와는 상호 모순된다. 차기 정부에서 정시 확대 기조가 유지될 경우 고교학점제 안착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서울교육청 고위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다수가 고교학점제를 시행 중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일단 시행 뒤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