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차세대 배터리'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by이승현 기자
2020.06.22 17:59:42
22일 LG화학 오창공장 방문, 2시간 넘게 토론
개발 빠른 장수명배터리에 관심..적용방안 연구 지시도
전기차 주도권 쥐기 위해 고성능 배터리 확보에 사활
정의선-구광모 회동 통해 배터리 JV 급물살 가능성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외부의 다양한 역량을 수용하는 개방형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이며, 우리의 혁신과 함께 할 기술과 비전,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갈 것입니다.”
지난 1월 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한 말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달 22일 LG화학 오창공장까지 찾으며 신년에 했던 약속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전기차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좋은 배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 22일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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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LG화학의 배터리 핵심 생산기지인 오창공장을 찾은 정 수석부회장은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인 김명환 사장으로부터 차세대 배터리 개발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김 사장은 LG화학이 개발 중인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의 특성과 향후 제품 계획 등에 대해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차세대 배터리에 대해 평소 갖고 있는 궁금한 점을 얘기하며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른 차세대 배터리에 비해 개발이 상대적으로 빠른 장수명 배터리와 경제성이 높은 리튬-황 배터리에 대해 꼼꼼히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참석한 그룹 관계자들에게도 구체적인 적용 방안에 대해 같이 연구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2022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이 공급될 LG화학 배터리의 개발상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GMP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된 LG화학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밀도 있는 대화 덕분에 양측의 만남은 예상보다 길게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도 삼성 측 연구진들과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를 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내달 중으로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중 나머지 한곳인 SK이노베이션 사업장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 (사진=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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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부회장이 이처럼 배터리 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의 경쟁력이 배터리의 성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본격적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고성능, 고효율 배터리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국내외 누적 27만여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전기차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로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배터리를 포함해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 다양한 해외 기업과의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와 LG의 만남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향후 7~8년 후에나 배터리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LG는 현재도 현대차와 거래를 하고 있는 곳이어서 더 큰 협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에 LG화학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자연스레 재차 거론되는 것이 현대차와 LG화학이 추진하는 합작법인이다. 과거 2009년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은 배터리팩 합작사인 HL그린파워를 함께 만든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와 LG화학이 배터리 팩을 넘어 배터리 자체(배터리 셀)를 함께 만드는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는 얘기가 재계에서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기아차와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인 LG화학이 손을 잡으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만남을 통해 현대차와 LG화학의 합작법인 설립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