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대표부 "FTA로 美무역적자 극적 증가"…재협상 신호탄?(종합)

by김상윤 기자
2017.03.02 16:43:21

한미FTA재협상 직접 언급은 없지만
오마바 정부 당시 보고서와 결이 달라
USTR대표 임명후 본격 검토 가능성도
기존 발언과 다르지 않아…신중론도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최훈길, 김형욱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미국의 대(對) 한국 적자폭이 심하게 확대됐다”고 언급하며 “양자·다자 모든 무역협정에 대해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이달말 로버트 라이시저 USTR 대표 내정자의 인준이 결정되면 본격적인 한미FTA재협상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FTA재협상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있고, 긍정적인 평가도 있는 터라 지나친 해석은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USTR이 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 무역 정책 어젠다(2017 Trade Policy Agenda)’는 1974년 통상법에 따라 매년 3월1일경 제출하는 연례보고서다. 336페이지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통상정책의제 △세계무역기구(WTO) △양자·지역 협상 및 협정 △여타 무역활동 △무역집행활동 △무역정책발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미 FTA와 관련된 부분은 통상정책의제와 양자·지역 협상 및 협정 부분이다. 통상정책의제에서 중국의 WTO가입,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기술돼 있는데, 한미 FTA 체결에 대해서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극적으로 증가(dramatic increase)했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 이전인 2011년과 2016년을 비교하면 미국의 한국 수출액은 12억달러(약 1조3700억원) 줄었고, 반대로 한국의 미국 수출액은 130억달러(14조8300억원)이나 늘면서 미국의 상품무역수지 적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객관적 수치를 제시했다.

이어 USTR은 한미FTA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미국인들이 기대했던 결과와 다르다면서 우리는 무역협정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major review)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극적으로’ 늘어났다는 표현까지 썼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근거로 한미FTA 재협상 요구에 나설 수 있다고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이런 평가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내놓은 USTR보고서와 결이 다르다. 지난해 USTR은 “한미FTA로 2015년 상품교역에서 미국의 적자가 증가했으나, 서비스 교역에서는 미국이 10억3000만달러 흑자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FTA가 양국에 상호호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였던 만큼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미FTA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을 한층 더 내비쳤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무역협정에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늘상 했던 발언이라 이를 한미FTA재협상이 가시화됐다고 연결하기에는 이르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통상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참고자료를 내면서 “한미FTA재협상 관련 직접적 언급은 없는데다, ‘무역협정 전반적 재검토’는 이미 표명했던 미국의 입장과 동일하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이와 관련 제현정 무역협회 연구위원도 “한국을 직접 타깃한 게 아니라 전반적인 무역협정에 대해 뭉뚱그려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기존 입장과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일단 초안인 만큼 USTR대표가 인준 뒤에 언급할 메시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나 양자·지역 협상 및 협정 부분에는 NAFTA와 한미FTA 상대국들의 이행문제를 전반적으로 평가하면서 한미FTA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making significant progress)라고 언급돼 있다. 보고서는 “한미FTA공동위, 분야별 이행위 등을 통해 양국의 관심 현안이 정기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고 부연설명도 달았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보고서 내용을 좀더 정밀하게 해석을 해야하겠지만, 일단 이번에 발표한 USTR보고서는 미국이 맺은 무역협정을 전반적으로 리뷰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면서 지나친 해석에 우려를 표했다. 다만 그는 “USTR대표가 임명되는 대로 우리 정부가 전략을 갖고 충분히 설명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통상당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박을 완화하고, 시장의 불안요소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USTR뿐만 아니라 미 상무부 장관, 국가무역위원회(NTC) 고위급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