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이어 中까지… 세계는 지금 ‘우주전쟁’

by김형욱 기자
2016.10.17 16:41:44

中, 2022년 유인 우주정거장 가동 목표
美 오바마·머스크 “2030년 화성 여행”
러·유럽 이달부터 무인 화성탐사 개시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영화 ‘마션’처럼 우주여행도 하고 화성에도 갈 수 있는 우주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인간의 목표대로라면 10년 내 현실화할 전망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각국의 ‘우주전쟁’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화성 여행을 계획하는 가운데 중국은 유인 우주정거장 프로젝트의 첫발을 내디뎠다.

중국은 17일 오전 고비 사막이 있는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위성발사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11호’를 발사에 성공했다. 중국의 일곱 번째, 3년 만의 유인 우주선이다.

앞선 7·9호에도 탑승했던 징하이펑(景海鵬·50)과 공군 조종사 출신 천둥(陳冬·38) 2명이 탑승했다.

17일 신화통신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 우주인은 선저우 11호 궤도에 진입해 지난달 15일 발사한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2호와 도킹해 33일 동안 머무르게 된다.

이번 유인 우주선 발사는 2022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중국 유인 우주정거장의 중요한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실험용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각종 과학 실험과 함께 우주인의 생활과 작업, 건강유지를 기록, 촬영해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은 1992년 선저우 1호 이후 열 차례 우주선을 발사해 왔다. 2003년 5호 발사 때 중국 최초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가 탑승한 이래 유인 우주선 시대를 열었다.

중국은 2022년 20t 규모 우주정거장을 완성해 독자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8년 건설에 필요한 핵심 모듈을 발사한다.

미국·러시아 등 16개국이 1998년부터 함께 운영해 온 400t 규모 국제우주정거장(ISS)는 2024년까지만 운용한다. 2024년 이후엔 이곳이 지구 주위를 도는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되는 것이다.

중국은 이와 별개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 화성에 무인 탐사선도 착륙시킬 계획이다.

17일 오전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우주인 징하이펑과 천둥이유인우주선 선저우11호에 탑승 전 환송하는 사람에게 경례하고 있다. 이들은 33일 동안 간이 우주정거장 도킹 등 각종 실험을 하게 된다. /AFP
미국과 러시아·유럽도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2030년까지 화성에 인류(유인탐사선)를 보내고 또 이들을 지구에 안전하게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28년까지 지구를 도는 현 ISS 대신 화성 궤도를 도는 새 우주정거장 ‘마스 베이스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은 특히 니사와 함께 항공사 보잉, 스페이스엑스 등 1000여 민간 기업이 다양한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는 정부 계획보다 빠른 2022~2025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첫 우주여행 비용은 1인당 20만 달러(약 2억2000만원)로 추산하고 있지만 10만 달러(1억100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우주여행 비용 절감을 위해 올 초 사용한 로켓을 다시 착륙시켜 재활용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지금껏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국가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인도 4개국이다. 이중 무인탐사 로봇을 착륙시킨 나라는 미국, 러시아 2개국뿐이다.

러시아와 유럽이 합작한 유럽우주국(ESA)도 올 3월 발사한 무인 화성탐사선 ‘엑소마스(ExoMars)’도 7개월 1일 만인 16일(현지시간) 화성에 도착해 대기탐사용 궤도선 ‘TGO’와 착륙선 ‘스키아파렐리’를 분리해 표면 착륙 시도에 나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미국 민간 우주항공 개발 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을 살펴보고 있다. /AFP
이들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목표는 인류의 거주 공간을 지구 밖으로 넓히는 것이다. 각국 우주탐사가 화성에 집중된 것도 지구 인근 행성 중 생명체 거주 가능성이 그나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이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권 경쟁의 양상도 띈다. 화성 식민지 건설은 어렵다 하더라도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게 될 기술을 토대로 군사적 무기나 인공위성 같은 첨단 과학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민간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올 9월27일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우주공학회 기조연설을 통해 화성 탐사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FP
미국과 유럽, 러시아와 중국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신 냉전 체제가 우주과학 개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서구 일부는 중국의 우주기술 발전을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1950년대 시작 때부터 ‘양탄일성(兩彈一星, 원자·수소폭탄과 인공위성)’이라는 군사적 목적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우주과학 정부 예산은 2015년 약 5조원이었다.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에 이어 네 번째다.

성공 여부는 예산이다. 우주과학 연구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오랜 기간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우주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우주 과학 개발 관련 투자액 규모는 3220억 달러(약 367조원)다.

나사가 2025년 이후 ISS 운영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도 운영 부담비 때문이다. ISS 운영을 위해선 약 80억 달러(9조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사는 이중 절반인 40억 달러씩 내 왔다. 나사 전체 예산의 20%에 달하는 액수다.

각국 정부나 기업이 당장 우주 여행이나 화성 식민지화 같은 당장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는 것도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정부 예산 확보와 기업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편 이날 중국 선저우 11호가 성공리에 발사되자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는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우주 강국이 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도 곧바로 축전을 보냈다.

러시아와 유럽이 합작한 유럽우주국(ESA)이 올 3월 발사한 무인 화성탐사선 ‘엑소마스(ExoMars)’가 7개월 1일 만인 16일(현지시간) 화성에 도착해 현지 탐사를 위한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