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판사 사찰' 안건 부결…징계위, 尹 중징계 어려울 듯(종합)
by최영지 기자
2020.12.07 19:15:17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 사찰' 의혹 안건 부결
"尹 직무 정지 소송 독립 위해 의견 표명 신중해야"
尹 징계 피청구 주요 근거 '판사 사찰' 의혹 문제 안 삼기로
잇따른 승리에 문재인 대통령 첫 사과까지…승기 잡은 尹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 사찰 의혹’을 정식 안건으로 올렸지만 부결되면서 오는 10일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 검사징계위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의 주요 근거로 제시한 ‘법관 사찰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법관들이 사실상 문제삼지 않기로 하면서 징계위에서 윤 총장에게 중징계를 의결하기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 법관 독립과 사법행정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 표명과 건의를 담당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7일 오전 온라인으로 2020년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현직 부장판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만든 ‘재판부 분석문건’을 회의 안건으로 올리자고 제안한 가운데, 해당 문건이 의안으로 상정됐다. (사진=전국법관대표회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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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관 대표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7일 제주지법 장창국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을 상정했지만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 의안은 제주지방법원 장창국 판사가 현장에서 발의하고 9명의 다른 대표법관들이 동의해 이날 공식 안건으로 올라갔다.
법관대표회의에서 해당 의안에 대해 찬반 토론을 진행한 결과 반대 측에서는 “서울행정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이고 앞으로 추가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서 해당 재판의 독립을 위하여 전국법관대표회의 차원의 표명은 신중해야 한다. 또 이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주체(수사정보정책관실)가 부적절하며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기재와 같이 공판 절차와 무관하게 다른 절차에서 수집된 비공개 자료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토론 끝에 표결에 부쳐진 해당 의안은 결국 부결됐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표결 결과 제주지법 장창국 판사가 제출한 원안과 이에 관한 수정안이 제시됐으나 토론 결과 모두 부결됐다”며 “결론을 떠나 법관 대표들은, 법관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오늘의 토론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주요 징계 청구 사유였던 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해, 정작 당사자들인 법관들이 이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오는 10일에 열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에서 윤 총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에 대해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를 결정하면서 그 이유로 △언론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채널A 사건 감찰 정보 외부 유출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모두 6개의 비위 사실을 지적했다. 이 중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은 이때 처음으로 제기된 의혹이다. 해당 문건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지난 2월 조국 전 장관 일가 재판과 울산선거개입사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등의 재판이 진행되던 때 작성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등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했다. 자료 대부분은 주요사건 재판부 구성원에 대한 세평, 재판부의 재판 진행 스타일과 학력, 경력 위주 개인 신상 정보였다.
해당 문건이 논란이 되자,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 시절 해당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는 검찰청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건 정보와 자료 수집 업무를 한 것으로 직무 범위에 벗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윤 총장 측은 징계위에 앞서 열린 감찰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감찰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 청구 사유에 이 사안을 포함해 위법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법관대표회의가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상 윤 총장에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면서 윤 총장은 한결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앞서 법무부 검사감찰위원회의 ‘징계 부당’ 판단, 법원의 직무 집행 효력 정지 판결에 이어 이날 법관대표회의까지 해당 안건을 부결하면서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사과를 한 것을 두고도 여권 내부에서 조금씩 커지고 있는 추 장관의 책임론과 퇴진 불가피론이 문 대통령의 입으로도 확인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오는 10일 징계위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