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왜건이 SUV보다 더 실용적인 이유..푸조 508SW
by남현수 기자
2020.12.01 16:39:27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푸조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기계적인 느낌이 강하고 절제된 움직임을 자랑하는 독일산 자동차와 달리 프랑스는 독자적인 디자인과 상품성으로 차별화했다. 독일차에 익숙한 경우라면 프랑스차가 이질감이 느껴지는게 당연할 정도로 다르다.
경쟁이 심화된 D세그먼트 수입차 시장에서 푸조 508SW가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뻔한 SUV가 지겹다면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좋은 선택지다. 바로 왜건이라서다. 호쾌한 2.0L 디젤엔진을 달고 세단 대비 30mm 전장을 늘려 넉넉한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수입차’라는 타이틀은 이제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어필할 뚜렷한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디젤 엔진이 종말을 고하고 있지만 푸조가 다듬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디젤 엔진을 매만지는 솜씨는 단연 월드 클래스다. DPF, SCR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배기가스를 줄이면서 연료 효율과 출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승용차의 안락함과 SUV의 실용성을 모두 겸비한 왜건 특유의 스타일도 매력적이다.
508SW는 세단 모델인 508과 디자인 맥을 같이 한다. 날카롭게 뻗은 세로형 주간주행등과 독특한 패턴이 그려진 그릴이 야수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전면만 보면 세단과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측면으로 돌아서면 매끈하게 뻗어있는 루프라인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C필러까진 세단과 동일하지만 C필러부터 D필러까지 디자인은 세단과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왜건형이라기 보단 후면 유리가 약간 누워있는 슈팅브레이크 스타일에 가깝다. 후면 유리가 네모 깍둑하게 썰린 다른 왜건과 달리 유선형 스타일을 가미한 형태다. 다이아몬드 컷팅으로 매만진 18인치 휠은 단정하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유려한 차체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테일램프 그래픽은 세단과 일맥상통한다. 좌우 테일램프를 연결하는 블랙 가로바가 일체감을 높인다. 디젤 모델임에도 원형 테일파이프를 숨기지 않았다. 스포티한 주행 실력을 짐작케 한다.
묵직한 도어를 열면 실내는 세단 모델과 판박이다. 운전자를 바라보는 센터페시아와 높게 위치한 디지털 클러스터, 푸조 특유의 D컷 스티어링휠까지 어디를 보더라도 보통내기는 아니다.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대부분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공조기 조작이 그렇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빠져있지만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수준 미달의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억지로 장착하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사용성이 높다. 독특한 방식의 기어노브 뒤로 숨겨진 수납공간이 있다.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는 USB 포트는 물론 무선 충전 패드를 숨겨뒀다. 플로팅 타입 계기반은 별도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필요하지 않다. 운전자의 시야 분산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독특한 패턴이 그려진 시트는 안마 기능(1열)까지 지원한다. 가정용 안마 의자 정도는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에서 등과 엉덩이의 긴장을 풀어주기 적당한 수준이다. 2열은 딱 머리 속에 그린 중형차의 공간이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머리나 무릎 공간의 아쉬움이 없다. 특히 패스트백 스타일이라 루프라인이 내려오는 세단에 비해 헤드룸이 넉넉하다. 별도의 송풍구와 충전 포트가 마련된 점도 특징이다. 천장에 마련된 파노라마 선루프는 2열에 앉은 승객의 개방감을 책임진다.
왜건답게 넉넉한 트렁크 공간은 장점이다. 기본용량이 530L다. 어마무시하게 크진 않지만 세단(487L)에 비하면 넉넉하다. 특히 2열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780L까지 공간이 확장된다. 완전히 평평하진 않지만 약간의 손길을 거친다면 차박용도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지붕에는 툴레의 모션 XT XL 루프박스를 장착했다. 보다 아웃도어 느낌을 물씬 풍긴다. 2열 시트를 폴딩하지 않고도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4명 가족이 차를 타고 캠핑을 떠나도 적재공간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이 외에 냄새가 나 불쾌감을 초래할 음식류를 실을 때도 유용하다. 승객석과 적재공간이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은 SUV나 왜건에서 빛을 발한다.
파워트레인은 세단과 동일하다. 2.0L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두둑한 토크를 자랑하는 디젤엔진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속 페달을 전개하면 앞바퀴로 구동력이 모인다. 묵직하게 나아가는 느낌이 일품이다. 디젤 엔진임에도 소음 억제력이 높은 편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은 다소 느껴지지만 창문이나 도어를 뚫고 들어오는 소음은 적은 편이다. 리터당 13.3km에 달하는 복합연비는 실제 주행해 보면 15km/L 이상 나온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 내외로 정속주행을 하면 20km/L 이상도 쉽게 찍을 수 있다.
에코, 컴포트, 노멀, 스포츠로 나뉜 주행 모드는 각각의 특성이 확실하다. 가령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엔진음이 부각되고 서스펜션에 힘이 들어간다. 푸조 최초로 적용된 전자제어 액티브 서스펜션 존재감이 확실하다. 주행 모드나 노면 상황에 따라 감쇄력을 조절한다. 전체적인 느낌은 부드러운 축에 속한다. 2열에 앉더라도 승차감이 1열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안락하다. 그렇다고 코너에서 허둥지둥 하지도 않는다. 무게 중심이 높아 코너에서 약점을 보이는 SUV와 달리 왜건은 움직임이 세단에 가깝다. 스티어링휠 감각은 즉각 반응한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꽤나 빠릿하다. SUV에선 느낄 수 없는 재미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시스템은 수준이 높다.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거나 차선 중앙을 잘 잡아낸다. 완전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해 막히는 길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푸조 508SW는 여러모로 SUV 이상의 매력이 넘친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안락한 승차감, 빠릿한 주행감각이 그렇다. SUV가 너무 흔해 진부하고 한 독일산 중형 세단이 지겹다면 푸조 508SW는 좋은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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