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노동자, 잇따른 근로자 인정…'직고용' 남은 법원 판단은
by하상렬 기자
2022.10.27 17:09:41
대법, 포스코 이어 현대차·기아 사내하청 근로자 지위 인정
'원청 노동자 지휘·감독 여부' 해석 넓어진 판례 잇따라
현대제철·한국지엠 등…각급 법원 사건 판결 영향 전망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대법원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이어 현대차·기아에 제기된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에서 잇따라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불법파견 판례가 새롭게 적립돼 가는 가운데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현대제철 등 소송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사내하청 노동자 430명이 현대차(005380)·기아(000270)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들 노동자에 대한 현대차·기아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노동자들이 직고용됐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 107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최근 대법원은 불법파견의 쟁점이 되는 ‘원청이 파견노동자들을 지휘·감독했는지’에 대해 폭넓게 해석하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 법원에서 심리될 불법파견 관련 사건들도 비슷한 취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큰 셈이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7월 28일 포스코(005490) 사내하청 노동자 59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현대차·기아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선 ‘직접공정’ 외 생산관리·출고·포장 등 ‘간접공정’ 업무를 한 이들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봤고, 포스코의 경우 전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한 작업 정보를 전달이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에 해당한다고 봤다.
장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대법원 판결로 자동차 제조업 같은 경우 거의 모든 공정에 대해서 ‘불법파견’이 인정됐다”며 “향후 재판들도 이같은 추세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불법파견 소송이 끊이질 않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법원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004020), 한국지엠, 아사히글라스 등은 불법파견 관련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포스코와 현대차·기아 관련 추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도 아직 남아 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사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3차 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소송을 제기한 지 6년만으로, 1차 소송은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앞서 2심은 2019년 9월 근로자 161명에 대해 전원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57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불법파견 소송도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7년째 진행되고 있는 소송으로, 노동자들은 1·2심에서 모두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 불법파견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카허 카젬 전 한국지엠 사장과 임원 등은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카젬 전 사장에게 지난 24일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직고용 소송은 1·2심을 거쳐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1·2심은 모두 사측이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업무지시 등 사용권을 행사한 점을 인정했다.
포스코 관련 소송은 대법원에 2건이 계류 중이고, 3건이 1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련 소송은 대법원에 4건, 2심에서 3건, 1심에서 2건 등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