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 두산인프라코어-현대건설기계 이원화 체제 가능성↑

by김영수 기자
2021.01.11 16:31:49

두 회사의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 통한 시너지 창출 기대
DICC 우발채무 소송 결과 촉각..리스크 완전 해소 방안 모색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현대중공업지주와 두산그룹간 두산인프라코어(042670)(DIC) 주식매매를 위한 본계약(SPA)이 이달 31일 체결될 예정인 가운데 앞으로 인수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 작업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DIC를 인수한 직후 현대건설기계(267270)와 바로 합병을 선택할 것인지, 두 회사를 별도로 운영하는 이원화 체제로 갈 것인지로 요약된다. 현재로선 두 회사의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시너지 창출과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우발채무 소송 결과에 따른 리스크 등을 고려한 이원화 체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대중공업지주가 DIC 인수를 마무리하면 현대건설기계와 함께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 ‘빅5’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영국 건설중장비 미디어그룹 KHL이 집계해는 ‘옐로우 테이블’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2019년 기준)에서 DIC와 현대건설기계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3%, 1.2%로 9위와 22위다. 두 회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4.5%로, 세계 5위인 볼보건설기계(4.6%)와 SANY(4.6%)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특히 작년 3분기 이후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글로벌 건설시장이 중국과 인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되살아나면서 DIC 인수 시너지는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지주 산하 건설기계 자회사들이 올해 볼보건설기계를 제치고 글로벌 5위(합산 기준)로 도약할 수 있는 원년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세계의 공장인 중국 내 DIC의 시장점유율은 매서운 상승세다. DIC가 작년 중국에서 판매한 굴착기는 1만8686대로, 2019년 판매량인 1만5270대보다 22.4% 증가했다. 이는 2011년 1만6700여 대 판매 달성 이후 10년 만에 최대 판매량이다. DIC의 중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5년 13% 수준에서 작년말 기준 23%(추정치)까지 끌어올리며 세계 1위 업체인 캐터필러(CAT)와 1, 2위를 겨루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20년 중국에서 10년래 최대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사진은 지난해 중국 진출 해외기업 최초로 굴착기 누적 생산 20만대를 돌파해 개최한 기념식. (사진=두산인프라코어)
이같은 상승세로 DIC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 추정치)은 전년동기대비 11.6% 상승한 15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기계 역시 중국 시장 판매량에 힘입어 같은 기간 167% 상승한 1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DIC와 현대건설기계의 합병보다는 각자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기계와 DIC는 사업 영역이 상당 부분 겹쳐 합병 대신 각자 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로 공급망과 판매망, 기술 공유 등과 같은 시너지를 내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를 설립하고 그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편입시켜 경쟁 및 시너지 체제를 갖춘 전례가 있는 만큼 DIC와 현대건설기계의 이원화 체제 운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현대중공업지주는 DIC 인수를 통해 공동 딜러망 구축 등 규모의 경제 구축과 함께 전기 굴삭기, 무인 및 자동화 등 미래기술 관련 플랫폼 공동연구개발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연장선에서 권오갑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한국조선해양 산하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은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협력이 반드시 필요다”며 “이제 조선3사는 협력과 경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조선부문 자회사들간 각자 운영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DIC와 현대건설기계의 이원화 체제 운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기계가 작년말 러시아에서 수주한 30톤급 신형 굴착기. (사진=현대건설기계)
오는 14일 예정된 대법원의 DICC 우발채무 관련 상고심 결과에 따른 잠재 리스크 해소 방안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종 패소가 확정되면 DIC는 8000억원을 웃도는 우발채무가 발생하는데다 DICC 지분 20%를 되사와야 한다. 승소하더라도 재무적 투자자들(FI)의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은 그대로 남아 있어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앞서 두산그룹은 DIC 매각시 원칙적으로 DICC 우발채무를 떠 앉겠다고 현대중공업지주에 확약했으며 이달 31일 SPA 체결시 구체적인 조건과 방안, 절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승소할 경우엔 FI 측 드래그 얼롱에 대한 해소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DIC 매각 과정에서 원매자들이 인수를 꺼렸던 이유는 사안이 복잡하고 잠재 리스크로 존재하는 DICC 소송 문제였다”며 “DIC가 승소하더라도 FI 측 드래그 얼롱이 남아 있어 향후 대응 차원에서 당장 합병(DIC+현대건설기계) 보다는 이원화 체제가 적절해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