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식당가 '무한리필' 부활…고물가 시대 외식업계 생존법
by방성훈 기자
2026.05.15 09:35:21
레드랍스터, 한때 파산 몰고갔던 ''무한새우'' 되살려
"고물가에 외식 부담스러워"…SNS서 소비자 요청 빗발
다른 체인들도 ''가성비'' 메뉴 선보이며 출혈경쟁 가세
''몇 접시까지 먹을 수 있나'' SNS 챌린지 유행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식당가에서 뷔페 형식의 ‘무한리필’이 부활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에 외식 부담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대형 체인점들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가성비 프로모션을 일제히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한때 한 회사를 파산으로 몰아넣었던 카드까지 다시 꺼내든 것이어서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마켓워치와 ABC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해산물 체인점 레드랍스터는 최근 자사 대표 메뉴였던 ‘엔들리스 슈림프’(무한 새우) 프로모션을 25달러(약 3만 7000원)에 재출시했다. 신메뉴 ‘메리 미 슈림프’를 포함해 5종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한정 기간 행사다.
2023년에도 이 프로모션이 도입된 바 있다. 당시 폭발적 인기를 끌었지만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해 레드랍스터에 3개월 만에 1100만달러(약 164억원) 손실을 안겼고, 결국 회사는 이듬해인 2024년 미국 연방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레드랍스터를 인수한 새 경영진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무한 새우 부활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소셜미디어(SNS)에서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결국 마음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 다몰라 아다몰레쿤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되살렸다”고 설명했다.
대형 캐주얼 다이닝 체인 애플비스도 가세했다. 무뼈 치킨윙, 폭립, 새우튀김 등 세 가지 메인 메뉴 중 하나를 골라 무제한 감자튀김과 함께 15.99달러(약 2만 4000원)에 제공한다. 매장 내 식사 손님에게만 적용된다.
다른 체인들도 잇따라 동참하고 있다. 칠리스는 ‘3 포 미’(3 For Me) 세트를 10.99달러(약 1만 6000원)로 가격을 낮추면서 무한 토르티야칩과 음료를 포함시켰고, 올리브가든은 파스타 두 그릇을 14.99달러(약 2만 2000원)에 매장 식사용 한 그릇·포장용 한 그릇으로 제공하는 ‘바이 원, 테이크 원’(buy one, take one) 행사를 다시 꺼내들었다.
체인들이 마진 압박을 무릅쓰고 ‘출혈 경쟁’에 뛰어든 배경엔 가팔라진 물가가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식료품 가격이 전월 대비 0.7%,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4%가량 오르며 가계 부담을 키웠다.
소비자들은 외식 자체는 포기하지 않되 빈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외식 컨설팅사 테크노믹의 댄 세나토레 부사장은 ABC뉴스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식을 원하지만 횟수를 줄이고 있다”며 “한 번 갔을 때 확실히 가성비를 챙기려 한다”고 분석했다.
무한리필 메뉴를 두고 SNS에서는 “몇 접시까지 먹을 수 있나” 챌린지 영상이 확산되며 자연스러운 입소문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외식업체들 입장에서 무한리필은 여전히 양날의 검이라는 진단이다. 손님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지만, 동시에 마진이 줄고 한 번 손에 익은 소비자들이 무한리필 없는 정상 메뉴로 돌아오기 쉽지 않아서다. 레드랍스터가 새우 메뉴 종류를 줄이고 가격을 25달러로 책정한 것도 과거 실패를 의식한 조치다.
마켓워치는 “소비자 입장에선 ‘본전 뽑기’ 좋은 시기일 수 있으나, 외식업체에는 도박에 가깝다”며 “고물가가 장기화할수록 이 같은 프로모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