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공백에 재외공관도…중국도 인니도 대사 부임 '먹구름'
by김인경 기자
2024.12.19 16:13:07
김대기 전 비서실장, 아그레망 받고도 中 부임 불투명
정재호 주중대사는 이달말 귀국 준비…'대사 공백' 가능성도
주사우디·주인니 대사 등 사실상 공석
尹 측근 임명, 정치적 부담…대행체제 임명 '최소한' 전망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정국 속에 해외 주재 대사 인선도 ‘올스톱’ 상태가 됐다. 정상외교가 공백을 맞은 가운데, 외교 최전선에 있는 재외공관장의 부재 역시 우리 외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주중대사관은 정재호 대사의 귀국 시점을 잠정적으로 이달 30일로 정하고 내부적으로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 지난 10월 주중대사로 내정된 김대기 전 비서실장[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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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 대사의 후임으로 지명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의 부임 가능성은 아직 모호하다. 김 전 실장은 이미 지난 10월 중순 중국정부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만 해도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 주중대사로 부임하는 만큼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김 전 실장이 부임하려면 대사 임명 안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신임장을 수여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 제정 절차를 밟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만큼 최측근인 김 전 비서실장이 주중대사로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에게 외교사절 임명 권한이 있다고 해도 야당에서 사실상의 인사권 남용으로 반발할 여지도 간과할 수 없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김 전 실장 부임과 관련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검토해 봐야 한다”며 “확실히 말하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만일 정 대사가 귀국하고 김 전 실장의 부임이 계속 지연된다면 주중대사 공백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외교부는 정 대사의 귀국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건희 여사가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탈북민 출신 이서현 씨에 대한 북한인권대사 인사 역시 ‘보류’ 상태다. 이 씨는 외교부의 대외직명 대사직인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에 단수 검증을 받았다. 일부 탈북민 사회의 반대로 인선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던 상황에서 계엄 및 탄핵 정국에 돌입하며 이 씨의 임명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도 공석이 됐다. 비상계엄 사태로 김용현 전 장관이 사퇴하자 윤 대통령은 즉각 신임 국방장관에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최병혁 주사우디대사를 내정했다. 그러나 최근 최 전 대사가 국방부 장관직을 고사하면서 사우디 대사 자리가 비게 됐다. 최 전 대사는 현재 한국에 돌아와 외교부에 대기 상태로 있다.
인도네시아 대사로 내정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낙마한 이후 이상덕 전 대사(현 재외동포청장)의 후임자로 낙점됐지만, 아그레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탄핵 정국이 시작됐다. 이탈리아, 세르비아, 네덜란드, 불가리아 등 국가의 대사가 현재 공석 상태다.
물론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사가 임명된 전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 앞서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직무 정지 후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주오스트리아, 주카자흐스탄 대사에 자신의 명의로 신임장을 수여했다. 국무조정실 고위관계자 역시 “과거에도 권한대행 시절 공관장 임명은 계속 있었다”며“국가의 이익이나 법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업 외교관 부임 절차가 아닌,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의 경우 정치적 부담도 있는 만큼 최소한의 인사 조치만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부 대사직의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고건 권한대행(2004년 3~5월)은 공관장 임명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