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지역격차 벌릴까…벌써부터 도농격차 우려

by신하영 기자
2022.02.16 19:01:00

학점제 시범적용 지방학교, 선택과목 교사 구인난
“석박사급 외부 강사 초빙하려해도 시골이라 안 와”
온라인 교육과정 확대한다지만 학생 학습격차 우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전북 전주시 완산고등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다.(사진=교육부)


[이데일리 신하영·김의진 기자] 고교학점제를 시범 적용 중인 충남의 A고교는 지난 학기 선택과목 교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농어촌 학교라 외부 전문가를 추천받아도 오려는 이가 없는 탓이다. 이 학교 교사는 15일 “학생들의 관심이 많아 심리학 교과목 신설을 추진했지만 결국 교사를 구하지 못했다”며 “기존 교사 중에는 심리학 전공자가 없을뿐 아니라 석·박사급 외부 강사를 초빙하려 해도 거리가 먼 농촌까지 오려는 전문가가 없다”고 토로했다.

오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둔 교육계의 가장 큰 걱정은 지역 간 격차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적성에 따라 학생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요소다. 학생이 선택할 과목이 다양하게 개설돼 있어야 학점제 취지를 살릴 수 있다. 하지만 학교별로 개설 가능한 과목에 제한을 받는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힌다.

경북 문경시의 한 고교 교사는 “고교학점제를 앞둔 교사들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게 도·농간 격차”라며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려면 전문교과 교사를 초빙해야 하지만 지방 학교에는 강사·교사들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의 한 고교 교사도 “작년 1학기 학생들 요청으로 선택과목을 개설하려다 교사를 못 구해 기존 교사가 수업하는 외국어 관련 과목을 개설했지만 ‘기존 방과 후 수업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학생들 불만에 제대로 해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적성·진로에 따라 선택 가능한 과목이 되도록 많이 개설돼야 학점제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예컨대 간호사를 꿈꾸는 고등학생이 고교 때 ‘공중보건’을 이수하고 이를 진로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학교·지역별로 개설 가능한 선택과목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 등을 확대해 이런 문제점에 대응할 방침이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의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점은 지난 2년간 팬데믹을 거치며 확인되고 있다.

일각에선 학교에서 개설 가능한 선택과목의 폭을 정하고 이를 통해 몇 가지 전공과정을 운영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임운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경일관광경영고 교사)은 “학교가 학생 진로를 큰 틀에서 정한 뒤 전공분야별로 교과목을 구성,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편이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전 기초학력 부족 학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한 심화 교육과정 개설도 중요하지만 시골·지방학교의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기초교과 개설도 중요하다”며 “지역 내 인접 학교들이 연합해 전문교과 교사를 공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