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가 작위적? 감정이입 충분”…학폭 피해 부모가 본 ‘더 글로리’

by이선영 기자
2023.03.15 18:31:58

이해준 학폭상담소장 “내 아들도 학폭 당했다”
“아들 폭행 영상 보며 복수심 뼈저리게 느껴”
“피해 학생 부모, 무조건 경찰 신고보다 증거 수집해야”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이 성인이 된 후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아버지인 이해준 학교폭력상담소장은 드라마 속 복수 장면에 대해 “피해자 자녀를 둔 입장에서 충분히 감정이입이 됐다”고 평하며 현실 속 학폭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렸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속 한 장면. 문동은(송혜교 분)이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을 향해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14일 이 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부 시청자들이) ‘더 글로리’ 내용이 좀 비현실적이고 복수 과정이 작위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드라마에 나온 사건 등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복수 장면이 다소 작위적이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감정이입이 됐다”면서 자신의 아들이 당했던 학교폭력을 떠올렸다.

이 소장이 아들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건 2020년 봄이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는 한 학년 위 선배 4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아이가 맞는 동안 옆에 있던 15명의 또래 학생은 이를 방관했다고 한다.

이 소장은 “처음에 아들이 얘기했을 때는 체감이 잘 안됐다”며 “이튿날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을 봤는데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생각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들이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조롱하는 모습, 춤추면서 노는 모습을 봤을 때 왜 피해 부모들이 자꾸만 사적 복수를 하려고 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소장은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폭력상담가 일을 시작했다.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기는커녕 피해자들이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절감해서다.

그는 학교폭력 피해 증거를 수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저 같은 경우는 명확한 폭행에 대한 직간접적인 증거(CCTV)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 수사나 교육청 조사 자체가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며 “그런데 현실에서의 학교폭력은 대부분 직간접적인 증거가 미약하다. 따돌림 같은 경우는 사실 직간접적 증거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폭위에서도 오직 피해 학생 측의 진술을 가지고 판단하기에는 어렵다라는 것”이라며 “상담을 받을 때 분명히 피해 학생인 것 같은데 조치 없음이 나온다거나 아니면 상대방 측에서 피해 학생을 가해 학생으로 신고를 해서 쌍방으로 올라가는 경우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가장 어려운 부분들이긴 한데 만약에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한다라고 하면 그 사안들에 대해서는 일단 선생님들한테 도움을 요청을 해야 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는 거는 가해 학생을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내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가 아이들의 관계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는 것을 일차적으로 선생님들한테 알려줘서 선생님들이 한 번 인지할 수 있게끔 해야 될 것 같고 그런 기록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이다 보면 그거 자체도 어떻게 보면 지속적인 폭력의 간접적인 증거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물리적인 경우, 폭력을 당했을 경우에는 부모가 나서서 CCTV며 증거를 다 수집해야 되는 것이냐”라고 묻자 이 소장은 “그렇다. 부모님이 직접 나서서 그걸 다 증거 수집을 해야 된다”며 “잘 모르시는 분들은 변호사를 선임하면 변호사가 다 알아서 해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 변호사가 다 해주는 경우들은 없고 변호사가 피해 부모들한테 이야기(조언)를 할 뿐이지 실질적인 증거에 대한 수집은 부모들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폭력위원회, 즉 학폭위로 올라가면 결국 증거와 논리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퇴학이 없고 (가해 학생의)전학이 나올 정도면 거의 강력 범죄의 수준의 학교 폭력 사안이 나와야 전학이 된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학부모나 선생님한테 쉽게 말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폭력을 당하고 있다라는 어떤 전조 증상 같은 게 있는가”라고 묻자 이 소장은 “일단 제 경험상으로는 아들이 폭력, 폭행을 당하기 전에 계속 이사 가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며 “난 그냥 시골로 이사 가고 싶다. 그러니까 아예 이사를 가서 좀 아무도 모르는 데 살고 싶다.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회는 진정한 사과를 하면 피해자들은 용서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있고 제가 상담을 하다 보면 실제로 가해자들이 사과를 하면 충분히 풀릴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가해 학생 부모들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래서 저는 사실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부모님들한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만약에 우리의 자녀가 가해 학생이 된다면 먼저 피해 학생 부모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게 되면 충분히 그 갈등은 저는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