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담보 없으면 어때` 네이버금융, 소상공인 대출시장 접수한다(종합)
by이후섭 기자
2020.07.28 16:38:03
하반기 `SME 대출` 출시…매장·담보 없어도 5000만원 대출 가능
단골고객·리뷰 반영한 새 신용평가 구축…최고등급 대상자 확대
정산기일도 5.4일로 대폭 단축…“소상공인 대출 확대 지속”
|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28일 `네이버 서비스 밋업` 행사에서 올해 하반기 선보일 `SME 대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네이버파이낸셜 제공) |
|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금융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IT공룡 네이버가 올해 하반기 선보일 상품이 드디어 공개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매장이 없는 온라인 사업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SME 대출`과 사업자의 원활한 자금 융통을 위해 정산 기일을 대폭 줄이는 `빠른 정산`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단골고객 확보, 이용자 리뷰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 구축에도 나섰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창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확실하게 네이버의 플랫폼에 묶어 놓고 소상공인 시장 전체로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제휴 금융사도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8일 `네이버 서비스 밋업` 행사를 열고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한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 대출과 빠른 정산 프로그램을 연내에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과 제휴해 선보일 SME 대출은 네이버의 온라인 창업 플랫폼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담보나 금융 이력이 없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SME 대출은 △은행권 수준의 대출 금리 △높은 한도와 승인율 △매장 소득 없어도 대출 가능 △1분만에 금리 및 한도 확인 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스마트스토어는 월 500만원 미만 거래액에 대해선 결제수수료를 받지 않는 `스타트제로 수수료 프로그램`, 무료 빅데이터 분석도구 `비즈 어드바이저` 등에 힘입어 현재 36만개가 개설됐고, 사업자는 25만명으로 집계된다. 특히 사업자들의 67%가 20~30대일 정도로 젊은 사장님들을 위한 창업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로 분류돼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온라인 사업자는 점포가 없으면 기존 금융권 대출의 신청자격이 안 되고, 사업 등록일부터 1년을 넘겨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간이 많다”며 “매장이 없는 창업 1년 미만의 2030 사업자들을 위한 대출이 SME 대출로, 한달 매출 수준의 자금을 융통해주려고 한다. 사업 규모에 따라 대출 한도가 달라지겠지만, 규모가 크면 5000만원도 대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출 금리도 사업자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겠지만, 은행권의 신용등급 1∼3급 수준의 금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금융권에 없는 새로운 대출을 시도하는 만큼 네이버파이낸셜은 신용평가에도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 매출, 세금, 매장 크기 등을 기준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흐름과 판매자 신뢰도 등을 실시간으로 적용하는 ACSS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신용평가회사(CB)가 가진 금융 데이터에 더해 △매출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지 △단골 고객으로 남는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주문 즉시 상품을 배송하는지 △구매 고객의 리뷰는 호의적인지 등을 네이버의 최신 머신러닝 알고리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활용해 평가한다.
특히 ACSS에는 챔피언 챌린저 결합 방식이 적용된다. 기존 평가 모델(챔피언)과 새로운 모델(챌린저)의 장점을 모아 안전성과 유연성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앞으로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가 쌓일수록 시스템은 더 고도화되고 진화되는 구조를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ACSS 구축을 총괄하고 있는 김유원 데이터랩 박사는 “ACSS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신용등급 1등급 대상자가 기존 CB등급 대비 1.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차 모형의 개발은 완료됐고, 최근 비대면 확산으로 인한 스마트스토어 매출 변화를 반영한 2차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빠른 사업자금 회전을 돕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산 기일을 기존 9.4일에서 5.4일로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사업자가 정산받기 이전 5~6일 정도 빠르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퀵 에스크로`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퀵에스크로는 기본적으로 담보대출 상품이라 사업자들에게 다소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다.
최 대표은 “보통 10~11일에 이르는 타사의 정산 주기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일정으로, 이는 그간 구축한 업계 최고 수준의 FDS에 기반해 문제 소지가 있을만한 판매자들을 사전에 탐지해 위험을 차단할 수 있게 된다”며 “`구매확정 후 정산`에서 `배송완료 후 정산`으로 구조를 바꿔 정산 기일을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앞으로도 SME와 사회초년생을 위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SME 대출도 그간 네이버가 추구해온 `연결`의 가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네이버가 보유한 기술과 데이터로 소상공인 등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SME 대출은 우선적으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작해 사업모델이 안정화되면 다른 사업자로 넓혀 나갈 계획”이라며 “제휴 금융사도 현재 미래에셋캐피탈 한 곳이지만, 1사 전속주의 규제가 풀리고 대출 규모가 성장하면 여러 금융사와 제휴해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