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재수사 검찰, '셀프수사' 부담에 정치권 공세까지

by이승현 기자
2019.03.25 18:01:49

사건 진상·과거수사 적절성·靑과 법무부 외압 의혹 등 수사해야
특별수사팀 꾸려 대규모 압수수색·줄소환 불가피
곽상도 수사대상에 황교안도 주목…여·야 거센 공방
"모든 의혹 수사" 검찰에 존재감 기회 분석도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과 위원들이 25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과거사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과거사위는 이날 회의에서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재수사 권고를 의결했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재수사를 맡게 될 검찰의 부담이 상당해 보인다. 과거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셀프수사’로 부실수사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쉽지 않은데 정치권에선 유불리에 따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권고를 의결했다. 법무부는 이를 대검에 송부해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법벌상 뇌물 혐의와 함께 당시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을 특정해 수사권고를 했다.

검찰 수사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이번에는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진상과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의 적절성 여부, 경찰·검찰 수사과정에 대한 청와대와 법무부 등의 외압 의혹 등을 모두 규명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이 사건 발생 시점이 2007~2008년으로 오래된 데다 2013년과 2014년 경찰과 검찰의 사건처리 과정을 모두 살펴봐야 하는 만큼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 수사외압 의혹 연루자들이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과 대표인 점도 검찰로선 껄끄러운 대목이다.

검찰은 우선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와의 뇌물 혐의를 파악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 광범위한 계좌추적 등에 나설 전망이다. 성 접대 의혹의 핵심 물증인 별장 동영상 등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을 압수수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진상조사단은 경찰에 지난 2013년 검찰 송치과정에서 누락된 성 접대 의혹 관련 디지털증거 3만건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경찰은 그러나 대검에 “제출할 증거가 없다”고 거부했다.



대면조사 대상도 상당하다. 김 전 차관과 윤씨, 피해 여성 등 사건의 직접적 당사자는 물론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와 고위직, 1·2차 검찰 수사 때 수사팀 관계자와 지휘라인 등이 모두 수사대상으로 꼽힌다.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라인도 수사대상이다. 민정수석실이 당시 경찰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수사팀 관계자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과거사위는 곽 전 수석 등이 경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곽 전 수석 조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황교안 대표 역시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검사장급 고위직 검사를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 구성이나 특임검사 임명을 전망하는 의견이 많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국민적 공분이 크기 때문에 제기된 의혹들을 모두 살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여당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이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등을 주장하며 총 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황교안 대표를 타깃으로 삼아 이 사건을 ‘김학의 게이트’로 명명하고 당 차원의 진상규명 특위를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한국당은 이에 대해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재특검을 전제로 김학의 사건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일각에선 검찰이 과거 수사과정을 다시 파헤쳐야 하는 불편한 수사를 하게 됐지만 유력 정치인 등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만큼 다시한번 존재감을 보이는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