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고 섹시한 독립운동 뮤지컬" 100억 들인 창작 신작 '스윙데이즈'

by김현식 기자
2024.11.26 18:06:12

왼쪽부터 유일형 역의 민우혁, 유준상, 신성록.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독립운동가들이 쿨하고 섹시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창작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A’(이하 ‘스윙데이즈’)의 김태형 연출은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연출 방향성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지난 19일 개막한 ‘스윙데이즈’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일제 치하의 1945년,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OSS(미국 CIA 전신)가 비밀리에 준비한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뮤지컬화한 작품이다. 애국심 강한 한국인 19명이 참여했던 냅코 프로젝트는 최정예 한국인 요원들을 투입해 일본의 기밀을 수집하고 거점을 확보하려고 했던 작전.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물거품이 된 이 프로젝트는 유일한 박사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흐른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김태형 연출은 “독립운동 이야기를 다룬 문화콘텐츠가 끊이지 않고 만들어지고 있고 저마다 표현과 해석 방식이 다르다. 최근에는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던 낭만 있던 시대로 표현하기도 하고 판타지를 엮기도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그런 가운데 ‘스윙데이즈’의 방향성은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가 쿨하고 멋져 보이게 만드는 것이었다”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을 희생해 가며 옳은 가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스윙데이즈’ 프레스콜 장면 시연.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인 ‘스윙데이즈’는 국내 최초 천만 관객 돌파 영화 ‘실미도’의 김희재 작가가 극본을 쓴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계에 뛰어든 김희재 작가는 “유일한 박사의 일대기가 오래도록 회자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화가 아닌 뮤지컬 장르를 택했다”면서 “‘스윙데이즈’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희생하고 선택할 것인지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일한 박사를 모티브로 창작한 작품의 주인공 유일형 역은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이 번갈아 맡는다. 유준상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K뮤지컬 시대를 열 대단한 뮤지컬이 나왔다는 생각을 했다. 진심을 다해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의 모습에서도 좋은 기운을 느꼈다”면서 “‘스윙데이즈’가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같은 배역의 민우혁은 “‘내 목숨을 다 바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습니다’라는 노랫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며 “가족, 친구, 국가를 향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인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신성록은 “독립운동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가는 ‘스윙데이즈’만의 방식이 좋았다. 많이 웃고 울게 만드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스윙데이즈’ 프레스콜 장면 시연.

‘스윙데이즈’ 프레스콜 장면 시연.

위트를 책임지는 캐릭터는 유일형의 소꿉친구이자 든든한 사업 파트너인 황만용이다. 이 배역은 정상훈, 김승용, 하도권이 함께 맡는다. 정상훈은 “어떤 누군가는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하기 위해 독립운동의 길을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캐릭터에 접근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떻게 하면 입체감 있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평양 사투리 연기를 생각해냈다. 덕분에 연기가 풍성해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장현성과 성기윤이 연기하는 조선에 새로 부임한 총독 곤도 역은 작품의 대표적인 악역 캐릭터다. 장현성은 “그간 여러 작품에서 기득권 세력에 있는 악역을 연기했는데 곤도는 여태껏 해본 캐릭터 중 가장 대놓고 나쁜 놈이다”라고 웃으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도 의미 있는 발전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작품의 음악은 그래미 어워즈에서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상을 받은 브로드웨이 스타 작곡가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책임졌다. 이밖에 김문정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감독 등 업계 대표 창작진들이 ‘스윙데이즈’를 위해 힘을 합쳤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독립운동 소재 작품이지만 음악은 침울하지 않다. 귀에 꽂히는 친숙한 멜로디의 음악에는 ‘우리도 주인공들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안무감독은 “대본을 50번 넘게 읽으며 극과 잘 어울리는 움직임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스윙데이즈’는 내년 2월 9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작품에는 일본인 장교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일본인 중좌 야스오 역의 고훈정·이창용·김건우, 유일형의 파티장에 숨어드는 독립군 베로니카 역의 김려원·전나영·이아름솔, 현명하고 아름다운 유일형의 약혼녀인 중국계 미국인 의사 호메리 역의 최현주·이지숙 등이 함께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