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회계수사 고수·ICC 출신 국제통…`여의도 저승사자` 떴다

by남궁민관 기자
2021.09.01 20:33:40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검사 면면 보니
초대 단장 박성훈, 회계사 출신 '블루 벨트' 보유자
사실상 좌장 이치훈 부부장은 '칼잡이'로 유명해
최성겸·신승호 금조부 출신…김진은 예일대 출신 '수재'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지난 2015년 골드만삭스, 다이와증권 등 외국계 금융 기관 전·현직 임직원들이 대거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주가 조작 세력과 손잡고 가격을 부풀린 이른바 ‘작전주’를 고점에 대량 매각해 수익을 챙긴 혐의를 적용 받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몫이었다.

당시 출렁거리는 주가로 피해를 본 ‘개미’들의 눈물을 닦아 준 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었다. 이후 여의도 증권가와 금융가에선 이들을 ‘저승사자’로 불렀다.

지난 2013년 5월 설립부터 지난해 1월 폐지까지 7년 8개월 간 1000여 명에 달하는 금융·증권 범죄 사범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던 합수단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시절인 지난해 1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전격 폐지됐다. 합수단장의 금품수수 등 비리 때문이라는 게 당시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정권비리와 연계된 민감한 사건들을 저지하기 위한 포석 아니었겠느냐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었다.

합수단 해체의 공백은 컸다. 라임· 옵티머스·신라젠 등 자본시장을 뒤흔든 거대 금융사기사건들이 활개를 치면서 결국 전담조직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다. 합수단이 이름을 바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으로 1년 8개월 만에 부활한 배경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왼쪽 다섯 번째)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 출범식에서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날 출범식을 가진 협력단은 검사 5명과 검찰 수사관 등 검찰 직원 29명, 유관 기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세청·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 직원 12명 등 총 46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검사들의 면면이 드러났다. 협력단이 과거 ‘여의도 저승사자’의 영예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이들의 활약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협력단 초대 단장의 중책을 맡은 박성훈 단장은 검사 임관 전 회계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검사가 된 이후엔 회계 분석·자금 추적 분야 ‘공인전문검사 2급(블루 벨트)’을 획득해 금융·증권 범죄 수사에 전문성을 이미 인정받고 있다. 1972년생으로 광주 출신인 박 단장은 광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해 1995년부터 삼일회계법인과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이후 일과 학업을 병행,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데 이어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한 후 검사로 전환했다.



검사가 된 이후엔 전공을 살려 금융·증권 범죄 수사에 주로 몸을 담았다. 지난 2012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을 거쳐 2014년 협력단 전신인 합수단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을 거쳐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장을 역임해 현재 검찰 내 대표적인 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미래저축은행 등 각종 저축은행 비리는 물론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윤창열 굿모닝시티 회장 비리 사건 등이 그가 맡았던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부활한 ‘여의도 저승사자’ 협력단을 이끌 검사들. 왼쪽부터 박성훈 단장, 이치현 부부장 검사, 최성겸·신승호·김진 검사.(이데일리DB)


박 단장을 도와 사실상 협력단 검사들의 좌장 역할을 할 이치현 부부장검사는 법조계 내에서 전형적인 ‘칼잡이 검사’로 유명하다. 1975년생으로 전북 전주 출신인 그는 전주 동암고,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후 사법연수원을 36기로 수료했다. 수원·대전지검과 서울중앙지검을 거쳐 지난 2019년 인천지검에 적을 두고 금융정보분석원에 파견 근무했으며, 최근에는 부산지검 소속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검사로 파견돼 일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부장이 지적재산권 전문 검사라는 점과 친(親) 정권 성향의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의 전주 동암고 후배라는 점에서 다소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 좌고우면하지 않고 충실히 수사하고 매듭짓는 그의 스타일상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를 잘 아는 서초동의 A변호사는 “금융정보분석원 파견 경력도 있어 지재권 지식과 함께 금융·증권 범죄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며 “아주 강직한 스타일로 금융·증권가를 충분히 긴장시킬 만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평검사로 협력단에 배치된 최성겸·신승호·김진 검사는 직전에 모두 서울남부지검에 몸담고 있던 ‘엘리트 검사’로 꼽힌다.

경남 창녕 출신인 최 검사는 마산 창신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부산 출신인 신 검사는 대입검정고시 합격 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들은 나란히 제4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8기로 수료했다. 협력단 발령 전 최 검사는 금융조사1부, 신 검사는 금융조사2부에서 각각 근무해 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유일한 여검사인 김 검사는 이화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을 40기로 수료했다. 검사 재직중 2017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2018년 국제형사재판소에서도 근무하는 등 검찰 내 국제통으로 꼽힌다. 협력단 발령 직전엔 서울남부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에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