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대던 美中, 기후변화 대응엔 손 맞잡는다

by방성훈 기자
2021.03.10 17:35:52

G20 기후변화 대응 실무그룹 공동의장 맡기로
양측 모두 환영 표명하면서도…"상대국 언급은 안해"
"기후변화 대응, 대화 위한 안전한 통로로 활용 노력"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는 손을 맞잡기로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방, 경제, 외교, 정보기술(IT)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글로벌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2대 강대국(G2)이지만 세계적인 공통 과제이자 우선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에선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향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올해 주요 20개국(G20)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리스크를 연구하는 그룹의 공동 의장국을 맡기로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25일 G20 회원국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이 G20의 ‘지속가능한 금융그룹’ 공동 의장국을 맡게 된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 그룹을 실무 워킹 그룹으로 격상시켜 기후 관련 금융리스크를 다루는 기구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다음날 인민은행의 이강 행장은 중국이 이 그룹의 공동 의장국을 맡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의 설립자 존 포데스타는 “양측이 기후변화 대응을 대화를 위한 안전한 통로로 활용하며 서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기술패권, 무역갈등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국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이슈인 기후변화 이니셔티브를 공동 추진하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나가고 있다”고 평하면서도 “양측이 공동의장국을 맡게 된 것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누구와 함께인지 상대국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 양국 관계가 민감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중국을 국방, 경제, 외교, 정보기술 등 다방면에서 주요 경쟁국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안정적이고 개방된 국제 시스템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규정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긴장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인권 문제나 대만·홍콩 등 ‘하나의 중국’ 정책 기조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공세에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는 사안의 시급성 및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 앞서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일 “기후변화 대응 문제는 미중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통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개막일인 지난 5일 공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 초안에서도 2025년까지 비(非)화석 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복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울러 기후 특사로 파리기후변화협정 체결을 주도했던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지난달 기후변화 특별대표로 셰전화를 임명했는데, 두 사람은 이미 과거 여러 기후관련 국제회의에서 친분을 쌓아온 사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WSJ에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두 사람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등 정기적으로 교류해 왔다”고 전했다.

G20 기후변화 금융리스크 실무그룹의 공동 의장직은 중국에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 전문가 마쥔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누가 맡을 것인지 아직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