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21일 檢 포토라인 선다…구속이냐 불구속이냐 갈림길

by이재호 기자
2017.03.15 16:38:54

검찰, 소환일시 확정 통보…수사기록 검토 완료
朴측 "출석해 성실히 조사받고 진실규명 돕겠다"
사실관계 확정 후 법률 적용, 구속·불구속 결정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검찰에 출석하면 서게 될 포토라인(노란 세모표시)이 15일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설치돼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재호 조용석 전재욱 기자] 검찰이 오는 21일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일로 확정했다. 비교적 넉넉한 엿새의 준비기간을 준 것은 박 전 대통령 측의 소환 불응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한차례 소환 조사를 통해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마치고 구속 기소와 불구속 기소 여부를 선택할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 측도 거물급 변호사 추가 영입을 추진하는 등 검찰 조사에 맞서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5일 “박 전 대통령 변호인에게 오는 21일 오전 9시30분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린 지 5일 만에 소환 조사 시기를 확정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4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됐다.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3번째다.

검찰은 지난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열흘 이상 면밀히 검토해 왔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300억원의 뇌물을 건네받은 ‘뇌물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를 만들고 실제로 불이익을 준 ‘직권남용’, 지시에 불복한 공직자 부당 사퇴 ‘강요’ 등 13가지에 달한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준비상황 등을 고려해 21일을 소환일로 정했다”며 “조사실과 경호 문제 등은 (박 전 대통령 측과)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소환 조사 방침을 밝힌 이후 이르면 이번주 중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선정국 등을 감안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조사를 완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측에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했다. 박 전 대통령이 촉박한 일정 등의 이유로 검찰 출석을 거부할 만한 여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만에 하나 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에 나설 명분을 쌓으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요구한 일시에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 제출 등에 적극 협조해 실체적 진실이 신속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최순실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공모한 구체적인 사실을 확정한 뒤 법률 적용은 차후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사실관계가 먼저 확정돼야 한다”며 “법률 적용은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기존 태도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퇴거해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올 때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기존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 결과가 다른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예컨데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받은 데 대해 검찰은 직권남용·강요 혐의를 적용했지만 특검은 뇌물수수 혐의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결정할 문제”라며 “공판 과정에서 정리가 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특검과 충돌하는 모양새를 연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사실관계 확정이 우선이라는 입장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국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특검 모두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데다 피의사실도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관심사는 검찰이 구속 기소와 불구속 기소 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다.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들이 대부분 구속 기소돼 형평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전례 등을 고려하면 증거인멸 우려도 있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 측도 분주해졌다. 검찰 조사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현재 선임계를 낸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은 손범규·황성욱·서성건·위재민·정장현·채명성 변호사 등 6명이다.

친박 정치인 출신인 손 변호사를 비롯해 이들 모두 박 전 대통령의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대리인단에 포함돼 있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정서적 유대감은 강하겠지만 검찰이 앞세울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대표선수들과 비교하면 이름값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변호사로 변신한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을 추가 영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전 수석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의 특수통이다. 검찰이 제시할 법리에 대한 반박논리를 펴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밖에도 기소 뒤 공판에 대비해 법원장 출신의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