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이사장들 손 들어준 법원…"해임 처분 취소해야"(종합)

by최오현 기자
2024.12.19 16:07:55

法, 방문진·KBS 전 이사장 해임 취소소송 ''승소''
"해임, 뚜렷한 비위나 직무수행 불가로 제한돼야"
남영진 KBS 전 이사장 복귀 가능성 열려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해임 취소소송 1심에서 법원이 해임된 이사장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23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와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19일 각각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제기한 해임 취소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각각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행정5부 재판부는 권 이사장에 대한 판결문에서 “방문진 이사의 해임 사유는 뚜렷한 비위 사유가 발생해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신뢰관계가 상실되거나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고 설시했다.

또 “방문진 이사회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의사를 결정했고 그 과정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이사장 역시 1인의 이사로서의 권한만 행사해 회의 결과에 직접적인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권 이사장의 해임 사유로 든 △과도한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손실 △부당노동행위 방치 등을 권 이사장의 해임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남 전 이사장 건을 심리한 행정2부 재판부는 법정에서 자세한 판결 이유를 설시하진 않았지만, 이와 유사한 근거가 판단 기준이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해 8월 14일 남 전 이사장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약 일주일 뒤인 20일에는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권 이사장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의 임기는 1년 가량 남은 상태였지만 방통위는 두 이사장이 KBS와 MBC 등 방송사 경영에 관한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해임 처분했다.

아울러 여권 성향의 각 언론사 노조는 이들이 임기 중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 남 전 이사장이 720만원 규모의 법령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권 이사장에게도 해당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방통위에 관련 자료를 이첩했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반면 남 전 이사장은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체제 아래 여권 성향의 위원 2명의 의결만으로 해임안이 통과된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별개로 법원에 윤 대통령을 상대로 KBS 이사장 해임 집행정지도 신청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4월 이를 최종 기각했다.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해임으로 인한 개인의 손해보다 방통위의 정책적 판단이 우선돼야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남 전 이사장이) KBS 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불이익을 입는 것은 사실이나 남은 잔여 임기, 이사장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는 부분 보다는 의결기관으로서 정책적 판단을 하는 공적인 부분이 더 강조된다”고 설명했다.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지만 해임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에서 이날 재판부가 남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해당 판결이 확정될 경우 남 전 이사장은 KBS 이사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생겼다.

권 이사장은 역시 해임 처분에 불복해 즉각 효력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방통위를 상대로 해임취소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법원이 지난해 9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권 이사장은 복귀했고 올해 3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권 이사장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지만, 그 당연한 결정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를 드린다”며 “위법하고 부당하게 저를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심위원들을 해임했던 방통위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권 이사장의 임기는 2024년 8월 끝났지만, 차기 이사진 임명에는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전임 이사진이 제기한 신임 이사진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을 1·2심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