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증권가 공습…`편리미엄으로 2030 잡아라`

by이후섭 기자
2020.06.17 16:51:02

이스트소프트·KB증권 가세…이달 합작법인 세우고 투자 플랫폼 개발
네이버·카카오·토스, 증권가 뒤흔들어…주식투자·자산관리 대중화
"투자 연령층 낮추고, 시장 파이 키우겠다"…상당한 파급력 기대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증권가에 정보기술(IT) 열풍이 거세다. IT업체들은 증권사와의 협력을 넘어 증권사를 사들이거나 직접 세운 회사를 통해 주식 중개서비스, 금융투자상품을 제공하고 나아가 자산관리까지 넘보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친숙한 플랫폼을 내세워 젊은 층을 흡수해 투자 저변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이스트소프트(047560)의 자회사 줌인터넷(239340)은 이달 KB증권과 5대 5의 비율로 출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지난해말 이스트소프트와 KB증권이 테크핀 플랫폼 구축을 위해 맺은 업무협약의 결과물로, 합작법인은 초보 투자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혁신적 형태의 투자 플랫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이달 중 합작법인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늦어도 7월까지 합작법인 등기 절차를 끝낼 방침”이라며 “정확한 플랫폼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주식투자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작법인 등기 절차가 완료되면 양사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플랫폼 개발 로드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양사는 플랫폼 개발과 더불어 인공지능(AI)기술 기반 공동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투자자 정보와 연계한 AI 큐레이션 서비스 도입, AI 기반 언어 분석을 통한 STT(음성을 텍스트로 변환) 데이터 활용 확대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트소프트의 계열사 중 AI 투자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엑스포넨셜자산운용도 있어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엑스포넨셜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75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일상에 자리잡으면서 금융권도 변모하고 있다. 특히 IT 대기업 네이버, 카카오, 토스가 잠식해 가고 있는 증권가는 큰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일부에 국한됐던 주식투자와 자산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자산관리를 대중화시켜 오랜시간 정체됐던 주식투자 인구를 늘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손을 잡고 이달 `네이버통장`을 출시한 네이버파이낸셜은 사회초년생,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지속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금융권에서 품지 못했던 계층을 끌어들여 단숨에 규모를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네이버통장은 3000만명이 넘게 쓰는 네이버페이와의 강력한 연계 혜택에 힘입어 빠른시간 내 상당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켰다. 이미 3종류의 펀드 판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출범 100일만에 펀드투자 계좌 20만 계좌를 넘어섰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새로 신설한 리테일 부문은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우선적으로 치중하고, 향후 투자 솔루션, 자문형 자산배분 서비스 등의 투자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100% 자회사 토스준비법인은 지난 3월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획득하고, 본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본인가 준비작업이 앞으로 1~2달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는 올 하반기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의 실사 등 변수가 많아 일정이 다소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스가 선보이는 모바일 전문 증권사는 국내 주식 중개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후 해외주식도 중개하고, 펀드 판매로 넘어갈 계획이다. 토스 가입자 중 20~30대가 1000만명으로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주요 고객 층인 20~30대가 좀 더 편리한 환경에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IT업체들 모두 국내 주식투자 연령층을 낮추고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며 “편리하고 익숙한 플랫폼을 통해 금융투자 상품을 계속 접할 수 있어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