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고양시가 비싸다고? ‘고무줄’ 분양가 또 논란
by김미영 기자
2020.04.13 16:59:40
덕은지구 DMC리버파크자이, 호반써밋목동보다 비싸
“‘LH 땅장사’ 의심 받아…최고가 입찰제 바꿔 땅값 잡아야”
민간택지선 HUG發 분양가 논란 지속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경기 고양 덕은지구 내 아파트와 서울 양천구 신정동 아파트가 나란히 분양을 앞둔 가운데 ‘고무줄’ 분양가 논란이 재점화됐다. 공공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덕은지구 분양가가 민간택지의 신정동 아파트보다 높게 책정돼서다. 같은 공공택지, 민간택지 내에서도 들쭉날쭉한 분양가가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야기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덕은지구의 DMC리버파크자이(A4블록)와 DMC리버포레자이(A7블록)는 각 3.3㎡당 평균 2583만원, 2630만원으로 이달 중 분양한다. 작년 하반기 덕은지구에 공급된 덕은대방노블랜드(A5블록)와 덕은중흥S클래스(A2블록)의 분양가는 1900만원 안팎으로, 40%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서울에서 분양 예정인 신정동 호반써밋목동(3.3㎡당 2488만원), 최근 분양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더샵파크프레스티지(2200만원)와 서대문구 홍은동 홍제 가든플라츠(2300만원)와 비교해도 비싸,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시발점은 땅값의 차이다. 덕은지구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공동주택 용지 입찰을 진행한 도시개발사업지구다. 사업 시행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땅을 비싼 값에 낙찰 받을수록 분양가도 올라가는 구역이다. 택지개발지구, 공공주택사업지구의 추첨제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덕은지구가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규제지역이란 데에서 논란은 증폭됐다. 상한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를 바라는 통상적인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해서 분양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택지비가 낮아지는 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DMC리버파크자이와 DMC리포레자이의 사업 시행사인 화이트코리아가 땅을 비싸게 사들였고 지자체에서 분양가 심사를 해도 땅값은 그대로 인정되기 때문에 서울 일부 지역보다 결과적으로 비싸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하다보니 덕은지구 내에서도 입찰 시기나 당시의 택지 공급물량 등에 따라 경쟁률과 낙찰가, 나아가 분양가까지 달라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덕은지구 실수요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DMC리버포레자이 분양을 기다려왔단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양시 평균 집값보다 2배 높은 이 분양가가 어떻게 나올 수 있나”라며 “대통령은 상한제 시행하고 집값 안정 대책을 마련해준다고 했는데, 서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분양가 재산정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공공택지에서 촉발된 분양가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선 입찰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덕은지구는 LH가 항공대 부지를 사들여서 최고가 입찰을 했으니 ‘땅장사’했단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다”며 “공사가 공공부지를 사들여 진행했으니 최고가 입찰제 아닌 원가에 최소한의 적정이윤을 더한 적정가 입찰제를 적용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개발사업은 기본적으로 시장원칙에 의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며 “덕은지구는 특정 시점, 특정 상황에서 생겨난 예외적 경우라 이를 상시적인 문제로 보고 제도를 바꾼다면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무줄’ 분양가 논란은 공공택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일반분양가를 심의하는 고분양가관리지역에서도 계속돼 심각한 갈등을 야기해왔다. 서울 강동구의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조합에선 3.3㎡당 3550만원, HUG에선 2950만원을 고수 중이다. HUG는 올 초 분양가 심의기준을 바꿔 입지와 브랜드, 규모 등도 함께 따지겠다고 밝혔지만, 일반분양이 4600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에 대한 분양가가 인근의 89가구 단지인 ‘힐데스하임올림픽파크’(3.3㎡당 2896만원)와 비슷하다.
이에 대해 HUG 측은 “100가구 미만이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해 고분양가 심사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재건축·재개발 조합 연대 모임인 주거환경연합 김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공시지가가 둔촌주공보다 낮은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의 분양가 3370만원보다 낮단 점도 이해할 수 없다”며 “HUG가 분양보증제도를 악용하면서 잣대를 달리 적용해 분양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