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표 늦어지는 유료방송 M&A..기업들 득실도 '온도차'

by김현아 기자
2019.07.04 16:31:41

푹+옥수수는 심사 지연 영향 크지 않아
LG U+ 마음 급하고, KT는 1년 허비 후회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연내 LG유플러스와 CJ헬로 지분인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이 이뤄졌을 경우 시장 점유율 변화. 그래픽=이데일리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이 지연되면서 기업들의 이해득실도 갈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OTT)인 ‘푹+옥수수’의 통합법인 출범 시점이 7월 1일에서 9월 18일로 연기된 데 이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KT의 딜라이브 인수 추진이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늦어진 데다, 국회에서 유료방송 시장에 특수관계자 합산 시장점유율 규제를 재도입할지 여부를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가운데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8일 ‘푹’을 서비스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에 줘야 하는 900억원의 유상증자 대금납입을 7월 1일에서 9월 18일로 정정한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올 초 콘텐츠연합플랫폼 지분 30%를 갖는 신주인수계약을 맺은바 있다. 하지만 통합법인 출범일이 7월 1일에서 9월 18일로 지연된다고 해서 서비스 통합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조직세팅을 완료하고 9월 서비스 통합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주요 OTT사업자간 오찬 간담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이태현 콘텐츠연합플랫폼 대표가 “여전히 서비스 통합 시점을 9월로 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유료방송 M&A 심사가 지연되는 것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푹+옥수수’와 달리 유료방송 M&A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임 인사가 마무리돼야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3년전 SK텔레콤의 CJ헬로 심사를 불허한 공정위로선 유료방송 M&A 심사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며 “새 공정위원장이 와야 심결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정부에 CJ헬로 지분 인수 인가를 신청한 LG유플러스는 속도를 내고 싶다. 경쟁사 M&A(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와 함께 병합해 심사가 이뤄질까 걱정이다.

지난 5월 심사를 신청한 SK텔레콤 역시 빨리 받고 싶지만 LG보다는 덜 급하다. 이 때문에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 출범이 내년 1월1일에서 내년 초로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합산규제 재도입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한 KT는 ‘차라리 1년 전에 1년 연장을 받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주 국회 과방위 상임위 일정이 정해지면 합산규제를 다루는 법안소위의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KT로선 1년 전에 합산규제 1년 연장을 받았다면 올해 6월 말 종료돼 딜라이브 인수를 공식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의 딜라이브 인수는 소강상태다. 과방위 법안소위가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시간을 끌고 있는 데다, KT가 7000억 원 내외로 딜라이브 인수가격을 낮게 제안하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