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공연점검 마무리..국립극장·강릉아트센터 '유력'
by원다연 기자
2018.01.22 18:38:04
"환영합니다" 시민에 손들어 웃으며 화답
"방남 소감" 등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국립극장 1시간 넘게 둘러보며 음향 등 확인
|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방남 이틀째인 22일 오후 공연장 후보 시설인 서울 중구 국립극장을 방문하고 있다. 북측 점검단은 이날 서울지역 공연장 후보 시설들을 둘러본 뒤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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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공동취재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2일 서울에서 1박 2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첫날 강릉에서 강릉아트센터를 2시간 넘게 꼼꼼하게 점검한 것과 같이 서울에서는 국립극장에 가장 오랜시간 머무르면서 사실상 이 두 곳이 북한 예술단의 유력한 공연지로 점쳐진다.
전날 강릉에서 일정을 마친 북측 점검단은 강릉에서 이날 오전 9시 30분 KTX에 탑승해 11시 5분쯤 서울역에 도착했다. 북측 점검단을 위해 임시로 편성된 이 열차에 일반 탑승객은 탑승하지 않았다. 현 단장은 이날도 전날과 같은 반 묶음 머리에 머리핀을 꽂고, 남색 코트에 여우털 목도리를 한 모습이었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플랫폼에서 “방남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 없이 서울역을 빠져나간 현 단장을 비롯한 북측 점검단은 보수단체의 ‘평양올림픽 반대’ 항의 집회에 맞닥뜨렸다. 이날 대한애국당을 비롯한 보수단체 소속 회원 100여명은 북측 점검단의 도착시간에 맞춰 서울역 앞에서 인공기와 한반도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사진을 불태우며 “평창올림픽 평양올림픽으로 전락했다”고 소리쳤다.
북측 점검단은 이들을 지나쳐 곧바로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오찬을 위해 잠실 롯데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 32층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일반적인 중식 코스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을 마치고 북측 점검단이 첫 번째로 둘러본 공연지는 잠실 학생체육관이었다. 오후 1시 8분쯤 잠실 체육관에 도착한 북측 점검단은 이때에도 역시 “서울에 온 기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북측 점검단은 잠실 체육관을 15분 남짓 둘러보고 곧바로 장충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한 시민이 장충체육관에 도착한 현 단장을 향해 “현송월 단장님, 민족의 이름으로 뜨겁게 환영합니다”고 외치자 현 단장은 체육관으로 들어서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웃으며 손짓으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점검단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적힌 A4 용지를 들고 점검단을 맞은 조채구(63)씨는 “서울역에서 한반도기를 불태우는 걸 보고 북측 사람들에게 환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여기까지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북측 점검단은 장충 체육관 역시 15분 남짓 돌아보고 다음 공연 예정지인 국립극장으로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현 단장을 비롯한 북측 점검단이 이날 가장 꼼꼼하게 살펴본 곳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었다. 오후 2시 14분쯤 해오름극장에 도착한 북측 점검단이 한 시간 넘게 이 극장을 점검했다. 현 단장은 이곳에서 극장 관계자에게 조명의 위치를 묻고,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지 요청해 실제 관현악 편곡의 아리랑을 1분 30초 가량 들으며 음향을 확인하기도 했다.
오후 3시 14분쯤 국립극장을 나선 현 단장은 “시설이 마음에 드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역시 답하지 않았지만 다른 곳과 달리 실제 음향까지 확인했을 정도로 꼼꼼히 살폈다는 점에서 북측 예술단의 공연지로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강릉아트센터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국립극장을 마지막으로 남측에서 예정 공연지를 모두 둘러본 북측 점검단은 오후 3시 42분쯤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도착해 우리 측 관계자들과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현 단장을 비롯한 북측 점검단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북측으로 귀환하면서 1박 2일 일정을 마쳤다.